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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초, 여·야는 선거법 개정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야당 반대에도 불구, 범여권 세력은 패스트 트랙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선거 결과를 연동하되, 연동률을 조정해 반영하는 제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인 비례성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줄이기 위한 대안적 성격을 가진다.

용어조차 낯선 준연동형제를 도입해 정당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위장 명분은 위성 정당 출현으로 무력화됐다. '꼼수 정치'는 여의도의 고질적 병폐. 국민의힘이 비례 의석 전용 정당을 창당하자 더불어민주당도 진흙탕에 뛰어들었다. 선거가 끝나 쓸모가 다한 위성 정당은 모당(母黨)에 흡수됐고, 양당 체제는 더 공고해졌다. 여론은 싸늘했고, 여권 내에서도 "한국 정치사를 부끄럽게 하는 퇴행을 하려 의사일정도 멈췄느냐"는 자탄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통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이고, 비례국회의원 열린공천제,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 포털 뉴스편집 배열 금지,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등 사회개혁 의제 법제화에도 합의했다.

위성 정당은 아니나 뿌리가 같은 두 정당의 합체는 이상할 게 없다. 21대 국회 개원 뒤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은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보태며 2중대 역할을 충실히 했다. 여성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하겠다며 물러나면서 현 청와대 출신 인사와 자리바꿈을 했다.

통합 직후 양당은 국민 주권 강화와 강도 높은 개혁을 다짐했으나 허울일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승리를 위한 진영 결집이 공통분모다. 통합이 성사되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도 '러브 콜'을 보냈다.

양당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진보진영과 부동층을 결집하자며 합체했다. 열린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이란 대의를 위해 통 크게 양보했다고 한다. 여론은 시큰둥하다. 위장이혼 가정이 재결합한 게 뭔 감동이냐는 거다. 그래도 양당 합의를 보면 설레는 대목도 있다.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이다. 하지만 헛되고 부질없다. 우리가 아는 국회는 이를 법제화할 집합체가 아니지 않은가.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