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신곡리 수국 농가 피해 001
지하수 성분에 이상이 생기고나서부터 말라 비틀어지고 있는 수국. 2021.12.27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에서 수국을 재배하는 김모(55)씨는 2017년부터 생산량이 점차 감소해 평년의 70~80%에 머물고 있다. 처음 이상이 생겼을 때 관수설비를 점검했더니 적정 재배수의 기준이 되는 전기전도도(EC)가 높아져 있었다.

수국 재배 초창기 이곳의 농업용수 EC는 0.37mS/㎝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수치가 악화해 2021년 12월 현재 7.8mS/㎝까지 치솟았다.  


수국 등 생산량 감소·재배포기 속출
농민들 김포도시철도공사로 인한
경인아라뱃길 고염도 물 유입 추측


지난 24일 방문한 김씨의 농원에서는 수국 2천여 개 가운데 300개가 넘는 화분이 고사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김씨는 지난해 봄 자비로 산업용 정수시설을 갖춰야 했다. 하지만 수질은 점점 나빠져 정수시설로도 걸러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김씨는 필터 교체비용으로만 연간 350만~400만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필터 교체주기가 점점 빨라져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김씨는 "생업을 포기할 수 없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수시설을 설치하고 삽목(죽어가는 화분을 버리고 새로 모종을 키우는 작업)을 해가며 살려낸 게 이 정도"라며 "정수시설도 없고 삽목도 안 했다면 피해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신곡리에는 김씨 말고도 6개 농가에서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들 농가도 김씨처럼 정수시설을 설치해 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 관정도 못 파고 있다.

주민들은 김포도시철도 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경인아라뱃길의 염도 높은 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들 농가 30~40m 앞에는 도시철도 환풍구가 조성돼 있다.

양란을 재배하다가 수질이 안 좋아져 3년 전부터 농사를 포기한 김모(77)씨는 "과거에는 물이 매우 깨끗했는데 도시철도 공사 이후에 벌흙이 섞인 짠물이 유입됐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 박모(52)씨는 "공사를 하던 당시 관정에서 물이 안 나와 도시철도 건설사에 민원을 제기했고, 건설사 측이 민원을 제기한 농가는 관정을 다시 파줬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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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관정은 정수시설이 무의미할 정도로 수질이 악화했다. 사진 왼쪽이 필터이고 오른쪽이 정수된 물.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건설사, 민원에 관정 다시 파주기도
市 "강우량 감소·농경지 성토 원인"


그러나 김포시는 강우량 감소 및 신곡리 일대 농경지 매립 등을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치만 확인해봐도 알 수 있듯이 최근 강우량이 매우 감소한 데다 고촌읍 신곡리·태리·풍곡리 등에 대규모 농지 성토가 이뤄졌다"며 "논이 지하수 담수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빗물마저 쓸려 흘러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량이 부족하면 수질도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며 "공사 당시 수량 감소의 원인을 설명해드렸으나 주민들께서 받아들이시질 않아 시공사에서 도의적인 차원에서 관정을 파드린 거다. 도시철도 걸포동 구간 등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