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가 상당하다. 모처럼 겨울이 이름값을 하고 있다. 12월 날씨로는 41년 만에 최고라고 한다. 대설, 동지를 지나 소한이 코앞이니 추울 만하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계절음식으로 만둣국이 있다.
기실 언어든 음식이든 그 기원을 알기는 쉽지 않다. 만두도 그렇다. 일설에 만두는 '삼국지연의'의 주역인 제갈공명의 남만 정벌 당시에 유래한 음식이라 한다. 공명의 군대가 노수라는 강가에 이르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풍랑이 거세져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를 죽은 원혼들의 탓이라 여기고 이를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에 고기를 넣고 강물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만두(饅頭)라는 말은 오랑캐의 머리를 뜻하는 만두(蠻頭)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진수가 남긴 정사 '삼국지'에는 만두에 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송나라 때 나온 '사물기원'이라는 책에 보면 패관소설들에 공명과 만두의 얘기가 나온다고 기술되어 있다. 결국 공명과 만두의 이야기는 확인된 정사가 아니라 민간에 떠돌던 이야기가 일종의 적층문학(積層文學)인 '삼국지연의'에 수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연의'는 진수의 '삼국지', 배송지의 '삼국지주', 원나라 때의 '전상평화삼국지', '이탁오의 비평삼국지', '나관중 삼국지'를 거쳐 모종강 부자(父子)의 '삼국지연의'에 이르러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하소설 '삼국지'가 됐다.
어쨌든 만두의 기원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아니다. 역사서인 '진서(晉書)'의 '하증전'에 만두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만두는 아무리 늦어도 한나라 말기쯤에 등장한 음식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두는 개성이 남방한계선으로 주로 북방계의 음식이었다. 또 만두는 너무 귀한 음식이어서 설 명절 때나 한겨울에 잠깐 맛볼 수 있는 별식이요, 명절 음식이었던 것이다.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화된 방역조치가 한창이다. 이럴 때 가족끼리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함께 만둣국을 끓여 먹는 것도 제격일 것이며, 연말을 잘 날 수 있는 방법이 될 듯하다. 아울러 어렵게 겨울을 나고 있을 어려운 이웃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나누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