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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군사 정부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경기도청사를 이전하기로 한다. 같은 해 11월 6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인천 유승원(1921~1984) 후보와 수원 이병희(1927~1997) 후보는 지역구에 도청사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친 정권인사인 둘은 나란히 당선됐고, 한쪽 편을 들 수 없게 된 박정희 의장은 결정을 미뤘다.

유승원은 대규모 시위를 통한 여론전으로 압박했다. 이병희는 혈혈단신 맞섰다. 의원 당선증을 받자마자 수원 중동사거리 '삼흥이발관'에서 삭발을 하고 청와대로 달려가 박정희 의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경기도청을 수원으로 유치하지 못하면 저는 죽습니다." 최고 권력자를 협박까지 하는 결기가 수원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백웅(白熊) 이병희는 이후 7선 의원에 장관을 지냈다.

1967년 준공된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경기도청사 구관은 김희춘과 나상진 선생이 공동 설계했다. 당시 건축계 주류인 모더니즘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평이다 . 'ㅁ'자 모양 건물배치에 따라 생겨난 중정(中庭)은 휴식공간인 동시에 건물 내 복도와의 절제된 조화가 돋보인다. 비슷한 시기 전국에 관공서 청사 붐이 일었는데, 도청사가 전형(典型)이 됐다고 한다. 건축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8월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2022년 새해, 경기도청사가 광교 시대를 맞는다. 2017년 9월 착공한 경기도청과 도의회 광교 신청사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184 일원 2만6천184㎡ 부지에 건축 총면적 16만6천337㎡ 규모다. 사업비 4천780억원(건축·설계비 4천146억원, 토지비 634억원)이 투입돼 지난달 말 준공검사를 마쳤다. 도의회는 1월에 먼저 이전하고, 도청은 5월께 이삿짐을 꾸린다.

식구들이 떠난 매산로 청사는 행정·문화 복합기능과 도민 중심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경기연구원, 경기복지재단,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이 입주하고 도민을 위한 복합문화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된다.

55년 전 팔달산 자락에 둥지를 튼 도청사는 전국 최대 광역지자체로 웅비한 도정(道政)의 산증인이다. 신청사 소재지 광교(光敎)는 호수와 명산, 광역교통망이 어우러지는 명품신도시로 주목받는다. 새 도청에 대한 설렘 못잖게 구청사에 대한 향수도 커질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