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다. KBS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윤석열 간 격차는 12%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재명 39.3%, 윤석열 27.3%로 오차범위 밖이다. 안철수는 8.1%였다. SBS 여론조사 역시 이재명(34.9%)과 윤석열(26.0%) 간 격차는 8.9%포인트로 조사됐다. 안철수는 7.8%를 기록했다. MBC 여론조사 또한 이재명 38.5%. 윤석열 28.4%로 10.1%포인트 격차다. 안철수는 8.4%였다. 여론 추이로만 보자면 이재명이 앞서지만 본인 지지율 상승보다 윤석열 하락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국민들은 여전히 윤석열은 정책 역량, 이재명은 도덕성에 대해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안철수의 급부상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된다.
이재명·윤석열 비호감도 60% 넘어
중도층 누가 더 흡수하느냐가 승패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국정 역량과 관련 이재명은 50.3%가 '충분하다'고 답한 반면 윤석열은 69.8%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도덕성이 충분한지에 대해 이재명 27.9%, 윤석열 37.1%로 이재명이 더 낮았다. 이재명은 모든 연령에서 도덕성을 지적하는 응답이 반을 넘었다. 특히 중도(73.9%)와 보수(82.4%)에서 높았다. 윤석열은 국정 역량을 의심받는 가운데 20·40대(80%)에서 높았다. 보수층 지지가 강한 대구·경북에서도 55.3%에 달했다. 이재명은 국정 역량으로 도덕성 부족을 상쇄한 반면 윤석열은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도덕성에서조차 절대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고전하는 모양새다. 안철수는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이·윤 두 후보는 가족 리스크도 상당하다. 여론은 윤석열 부인 리스크를 이재명 아들 리스크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언론은 두 후보와 가족 리스크가 초래한 20대 대선을 역대 최고 비호감 대선으로 규정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과 윤석열 비호감도는 60%를 넘는다. 이제부터는 누가 중도층을 더 흡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려 있다. 진영대결에서 비켜난 중도층은 두 후보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있다. 드러난 도덕성 문제는 지울 수 없고, 후보교체 또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위안을 부여할 책임이 있다.
네거티브 선거 국민 우울하게 할 뿐
'누가 더 유능한가'로 국민 설득해야
변화 주도 후보가 국가지도자 자격
토론은 좋은 대안이다. 토론은 정책 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MB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6.5%는 '당장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은 정보를 얻고 선택에 필요한 통로로서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은 토론이 말싸움이 된다며 법정 토론 외 추가 토론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1일 선대위 신년 인사에서 변화를 강조하고 "지금부터 바꾸겠다"며 구두를 벗고 큰절을 했다. 국민들은 큰절보다 토론을 통해 정책 역량을 입증해 보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토론은 비호감 대선을 불식시키는 공론장이다. 주제는 대장동 특혜와 고발사주 의혹, 공수처 사찰, 부동산 문제까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를 망라하면 된다.
상대 흠을 들추며 손가락질했던 지난해까지의 방식을 끝내고 새해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진영대결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은 버려야 한다.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통합하고 치유할 수 있을지 답해야 한다. 저질 네거티브 선거는 국민을 우울하게 할 뿐이다.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라면 '누가 더 나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유능한가'를 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고 길을 개척한다"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을 주도하는 후보만이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다. 새해를 보면서 국민들이 품었던 소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