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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자(李花子·1918?~1950?)의 본명은 이순재로, 인천 출신으로 신민요·유행가 가수다. 10대 시절 음악가 김용환에게 발탁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인천 용동 권번을 출발로 1936년 3월 경성방송국(JODK)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다. 같은 해 4월 뉴코리아레코드에서 '섬시악시', '새봄맞이' 등 취입을 시작으로 '포리돌레코드', '오케레코드' 등을 통해 100여곡이 넘는 음악 작품을 남겼다.

-인천 용동 권번 예인 이화자 다시 부르기 앨범에 수록된 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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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용동 '권번(券番)'에서 활동한 이들. /출처: 사진으로 보는 인천시사(인천시사편찬위원회, 2013)

이승묵 대표가 이끄는 연주단체 인천콘서트챔버가 인천의 기생 학교이자 조합인 용동 권번 출신의 예인 이화자의 노래 8곡을 재현해 앨범으로 만들었다.

수록곡은 '화류춘몽', '마음의 화물차', '화륜선아 가거라', '살랑춘풍', '어머님 전상백', '님전 화풀이', '월미도', '가거라 초립동'과 재즈 버전의 '어머님 전상백' 등 9곡이다. 이 가운데 월미도는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한 이화자의 SP를 참고해 선율만을 복원해 가사 없이 기악곡으로 재현했다.

'화류춘몽'·'마음의 화물차' 등 8곡 재현
SP 참고해 기악곡으로 나타낸 '월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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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콘서트챔버 단원들.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작업에는 장소연(소프라노), Maria Kim(보컬&피아노), 장기영·박상열(바이올린), 권지회(비올라), 양성환(첼로), 박진교(콘트라베이스), 김지석(알토색소폰), 박준송(아코디언), 김병규(만돌린), Joon Smith(기타), 김건영(드럼) 등이 참여했다.

용동 권번 출신 예인 가운데는 이화자뿐 아니라 다른 스타들도 많았다. 가수로 활약한 장일타홍, 이화중선을 비롯 돈을 모아 인근의 궁핍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김영애, 영화배우로 활약한 복혜숙, 영화감독 나운규의 연인 류신방 등. 


이승묵 대표 "여성 예술인 사회인식 짚어"
일제 강점기 여가수 노래만 수록 '의미'

 

그렇다면 왜 이화자였을까? 이승묵 대표는 이화자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여성 예술인의 사회적 인식과 시대적 한계를 짚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특히 이화자의 노래에는 모든 여성 예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자는 '어머님 전상백'이라는 곡에 '자서곡'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도 했다.

윤중강 전통음악 평론가는 "이런 음반이 나오길 기다렸다"면서 "일제 강점기의 한 여가수의 노래만으로 음반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대한민국에서 매우 특이하지만, 숨겨진 명곡을 발굴했다는 의미도 크다"고 평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