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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7월 국내 철도 회사가 대한제국 정부의 측량 허가를 받아 경원선 부설 작업에 착수했다. 서울~원산 간 222.7㎞ 구간으로, 경인선과 연결돼 서해안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중요한 노선이다. 또 최북단 두만강까지 이어지는 함경선과도 닿아 한반도 동북지방과 서울을 잇는 동맥이 된다. 하지만 자금 사정으로 인해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다.

원산은 동해 북단 군사·산업 거점 도시로, 전략적 가치가 높다. 러·일·청 제국주의 열강은 경원선 부설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다. 한반도 지배를 둘러싼 패권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산업·군용물자 수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04년 임시군용철도감부를 편성해 경원선과 경의선 부설에 착수했다. 철도 부지는 대한제국이 일본에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땅을 빼앗기게 된 토지주에 의병들이 가세해 거세게 저항했다. 강제 병합 이후 공사가 본격화돼 1914년 8월 전 노선이 완공됐다.

한국전쟁 개전 당시 북한군은 경원선을 따라 남하했다. 국군은 한탄강 철교 남단에 배수진을 치고 북한군에 맞섰으나 역부족. 저항을 뚫고 다리를 건넌 인민군은 의정부를 거쳐 서울 도봉으로 진격했다.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 된 한탄강 철교에는 수많은 총탄의 상흔이 뚜렷이 남아 당시 상황을 말없이 전한다. 이제는 선로마저 뜯겨 초라하고, 낡은 교각엔 핏빛 녹물이 배였다.

철도공단이 한탄강 철교를 철거하려다 주민 반발에 막혔다. 공단은 내년 말 개통 예정인 경원선 소요산역~연천역 구간 전철화 사업에 따라 기능을 잃게 된 구 경의선 철도를 걷어내기로 했다. 이미 일부 구간은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100년 넘는 근현대사 문화유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연천군도 처음 구상을 바꿔 철교 보강 공사를 한 뒤 활용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다행한 입장이다. 이를 위해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과 제안공모를 병행하기로 했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 수많은 북녘 동포가 자유를 찾아 남하했다. 남북 분단으로 끊겨버린 민족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봐 왔다. 쓸모가 없어졌다고 선로를 없애겠다는 철도 당국의 한심한 역사 ·문화관이 안타깝다. 주민과 지역의 힘으로 철거 위기를 모면했다. 기력이 다한 녹슨 철로를 어떻게 살려내느냐는 숙제가 남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