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기간(1994~2011) 3.86%였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김정은 시기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플러스 성장할 때 북한만 역성장을 한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신년사를 내놓았지만 별반 새로운 내용이 없다. 1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연설에서 다사 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올해에도 특별히 대남, 대미 접촉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아니면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은 올해 들어설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푸는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새해 대북관계를 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본다. 경험해 봤듯이 남북관계는 어떤 커다란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 경색된 상호 불신을 푸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의 흐름은 미·중 갈등이지만 이 또한 언제까지 갈등으로만 대처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남북협력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괄적, 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 점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각 지자체별로 협력이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남북관계 복원은 작은 협력을 하나의 마중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주고받음으로써 양측 경제·산업이 보완되어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하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에서 경험했듯 지하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현재는 코로나로 상호 접촉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협력을 동반한 광물 교역이라면 남북 모두 공감할 수 있다. UN안보리 대북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 몰리브덴 등의 광물 교역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차츰 경협이 연동되어 신뢰가 축적되면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 정식 경협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향후 남북 경제의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시절 남북 간 경제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6년,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자원 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 광물을 받았다. 작은 경협은 대북 제재 속에서도 실천 가능하다. 2년전 코로나 이전까지 중국, 러시아는 북한과 제재 이외 품목에 대한 무역 관계를 지속했다.
대북 제재 해결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 내 주요 지하자원은 남북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 구리, 아연, 흑연, 인회석, 금 등이 부존하고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 텅스텐, 몰리브덴, 흑연, 중정석, 금, 형석, 운모 등 8종의 광물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미래 에너지와 자원 경쟁을 좌우할 수 있는 희토류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인하대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에는 950개 광산이 전 지역에 걸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유망 광종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연한은 최소 28년 이상이 되고,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관계가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 모두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새 정부의 남북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이념이나 총론적인 전략보다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한국 새 정권 출범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