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말로 세계 3대 불가사의가 있다. 럭비공이 튀는 방향, 개구리가 뛰는 방향, 그리고 정치인들의 속마음(정치인의 입장에서는 표심이라는 설도 있다)이 그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한 미스터리는 바로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다 일으키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생각이 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조단경'에 그 유명한 풍번논쟁(風幡論爭)이 나온다.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두고 선객(禪客)들 사이에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며 열띤 논쟁을 벌이는데, 육조 혜능 대사가 말한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은 그대들의 마음이라고.
이 마음이라는 것이 참 오묘해서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늘 생생약동(生生躍動)하며 작동한다. 그것은 늘 우리를 고통과 번뇌의 바다 속으로 빠뜨리기도 하지만, 여기서 세계적인 예술작품과 발명품과 문명이 나왔다. 그러면 그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칸트의 고전철학,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 현상학에 최근 뇌과학(brain science)까지 인간의 인식과 사유작용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철학적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마음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생각하기에 내가 존재한다(cogito ergo sum)고 하지만, 생각하는 나는 누구이며, 만일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이며, 생각은 무엇이며, 마음은 무엇인가. 선사들의 말대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근거도 실체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온갖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건강도 돈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마음을 잘 쓰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첫째가는 비결이겠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를 보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고, 윤석열 후보는 하강하여 10% 안팎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왔다. '국힘' 선대위가 쇄신을 외치며 총사퇴한 반면, 여세를 몰아 이 후보는 정책 행보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덕성과 정책과 진정성밖에는 다른 답이 없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