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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결식과 영향 불균형, 소아비만 등의 문제는 소득수준이 아닌 맞벌이 등으로 인한 돌봄 공백에서 생긴다는 지적이다. 4일 오전 아동주거빈곤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시흥시 정왕동 한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2.1.4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시흥시 정왕동에서 4학년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코로나19 이후 '끼니' 걱정이 많아졌다. 새벽에 나갔다 밤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평일에 아이가 학교를 가지 않으면 아이 혼자 밥을 챙겨 먹기 어려워서다.

궁여지책으로 A씨는 아이한테 점심 사 먹을 돈을 쥐어 주지만 "동네에 마땅히 아이들이 편하게 밥을 먹을만한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왕동은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아동주거빈곤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다.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돼 있어 큰 길로 나서야 식당들이 눈에 띄는데, 대부분 육류, 주류 등을 파는 식당이고 흔한 프랜차이즈 빵집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동주거빈곤지역' 시흥 정왕동
식사비 주지만 먹을 곳 마땅찮아
부모 일터에… "편의점 김밥 물려"


이 지역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해 4월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를 설립하자, 학부모와 아이들로부터 가장 먼저 쏟아진 요구는 '끼니 해결'이었다.

저녁에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이 군것질로 버티거나, 아예 굶는 경우도 흔치 않다는 것이다. 센터는 완제품 위주의 간식지원사업부터 서둘렀고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간식을 지원하고 있다.

다어울림센터 관계자는 "처음에 밥 종류가 든든할 것 같아 김밥을 준비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김밥이 물린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부모들도 주로 김밥을 준비해두거나 아이들이 주변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게 편의점에서 파는 김밥 정도라 물린다고 한 것"이라며 "과일이나 샐러드, 불고기 덮밥과 같은 영양가 있고 밥이 될 만한 음식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낮 시간 불균형식사 건강 악영향
중고생 대부분 학년 비만율 올라


코로나 이후 학교, 가정의 돌봄이 없는 낮시간 동안 아이들의 불균형한 식사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가 조사한 2018년과 2020년 식습관 수준을 비교해보면 '신선한 채소, 과일 섭취'를 한다는 아동이 14.3%p 감소했고 '우유 섭취'는 20.3%p나 급감했다. 반면 인스턴트 및 편의점 음식을 1주일에 5일 이상 섭취했다는 아동 비율은 1.4%p 늘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발표한 2021 아동지표에선 2020년 기준 고2 학생만 빼고 중·고등학교 모든 학년의 비만율이 상승했다. 특히 중2는 2019년 8.1%에서 2020년 11%로 올랐다.

수원 영통(1월4일자 1면 보도)뿐 아니라 시흥 정왕동 사례 등을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은 저소득층 거주 지역이라도 단순히 '소득' 때문에 결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어울림센터 관계자는 "정왕동이 저소득층 가정이 많지만,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어 돈 때문에 아이들 끼니를 거를 정도로 빈곤하지 않다. 지금처럼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부모들의 근로 여건이 아이들 끼니를 챙길만한 상황이 못 되는 것"이라며 "소득 결식보다 돌봄 공백 결식으로 지원의 패러다임이 확대돼야 한다"고 전했다.

/공지영·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