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세상에서 편히 쉬길" 순직 소방관 3명 합동 영결식 거행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운구를 마친 동료 소방관들이 경례하고 있다. 2022.1.8 /이자현기자 [e-mail]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쉬길"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고(故) 이형석(50) 소방경,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의 영결식이 8일 오전 평택이충문화센터에서 엄수됐다.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 동료대원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 내빈 200여명이 참석했다.

경기도청장으로 거행… 문 대통령·안철수 후보 등 참석

오병권 권한대행 "또 다시 일어난 희생 앞에 마음 무너져"

오전 9시30분께 이들을 싣은 운구차량이 합동영결식장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이 태극기에 싸인 관을 운구했고, 유가족들은 동료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영결식장으로 입장했다.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영결사에서 "또 다시 일어난 소방관의 희생 앞에 마음이 무너진다. 도정의 책임자로서 비통하고 송구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 세 분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운구차량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 2022.1.8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송탄소방서 동료인 채준영 소방교는 "이형석 팀장님은 늘 직원들을 먼저 생각했고 항상 잘하고 있다며 옆에서 무심히 챙겨주시던 분이었다"며 "지금도 바로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실것만 같지만 그 모습을 이젠 볼 수 없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수동이는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동생이었고, 뭐든 물어보면 믿음직한 답변을 주던 우직한 친구였다. 새내기 소방관인 우찬이는 늘 밝고 활기찼고 가끔은 엉뚱한 말투와 행동으로 우리를 미소짓게하는 사랑스런 동생이자 동료직원이었다"고 말했다.

"항상 잘하고 있다며 옆에서 무심히 챙겨주시던 팀장님,
착하고 배려심 많은 우직한 동생 수동이,
미소짓게하는 사랑스런 동생이자 동료 우찬아!
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쉬길"

채 소방교는 "혹시 남아있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칠까 어둡고 매케한 연기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팀장님, 수동아, 우찬아! 이제 모든것을 내려놓고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8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8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어진 헌화식에서는 유족들이 국화꽃을 영정사진 앞에 내려놓으며 오열했다. 박수동 소방장의 예비신부는 그의 모자를 연신 어루만지며 울었고, 조우찬 소방교의 아버지는 영정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한 동료는 영정 사진 앞에서 "고맙고 미안하네. 좋은 곳 가서 살아. 나중에 보자"라고 소리쳤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문 대통령은 유가족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이날 순직 소방관 3명을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유해는 이날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김광식 본부장)는 평택 냉동창고 건축물 시공사와 감리업체 등 임직원 14명을 지난 7일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업무상 실화 혐의를 적용했으나 이외에도 안전수칙 위반 등 위법 사항은 없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자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