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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석운동 주민이 집을 짓기 위해 바닥 기초공사 후 콘크리트 작업을 했지만 조례 등으로 건축 금지가 단행되 방치된 대지.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그린벨트도 아니고 건축·개발 등 모든 게 가능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금지하더니 20년 넘게 집 개보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옛날 유배지도 이러지 않았을 겁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도시 속 '오지'처럼 존재하는 석운동 주민의 하소연이다.

석운동은 바라산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용인시 고기리와 맞닿아 있다. 고기리에는 현재 바라산 중턱까지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석운동은 또한 성남쪽으로는 운중동과 대장동이 인근이다. 운중동은 판교신도시 개발로, 대장동은 대장지구 개발로 대규모 주택단지가 됐다.

녹지지역인 석운동은 2002년까지는 건축·개발행위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았지만 판교신도시 지정과 '성남시 도시계획조례' 제정으로 2003년부터는 금지됐다. 조례는 녹지지역의 경우 도로·상수도·하수도가 모두 갖춰져 있어야 건축·개발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석운동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에 하수도관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 하수도관은 성남하수처리장과 연결되지 않아 그냥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성남시는 이 같은 하수도 문제 하나를 근거로 석운동 지역에 대한 건축·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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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20년 족쇄를 풀어달라며 석운동 주민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인근 용인 고기리, 성남 운중·대장동과 비교돼
녹지지역인데도 제한·재산권 침해 호소
그러는 사이 인근 고기리·운중동·대장동 등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자 주민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한 주민은 "성남시 마을 중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는 유일한 곳"이라며 "인근 고기리는 하수도가 없어도 일반 정화시설로 허가를 내준다. 경기도에서 공공하수도 문제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곳은 상수도보호구역이라는 특성을 가진 광주시 외에 성남시가 유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석운노인전문요양병원 옆쪽에 집을 지으려고 바닥 기초공사 후 콘크리트 작업까지 했는데 2003년 들어 성남시에서 원상복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은 방치 상태로 있다. 동네를 돌아보면 바닥이 콘크리트 상태로 방치된 땅이 수십 곳이다. 재산권을 누리지 못하면서도 대지와 관련된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다. 억울해도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장동 입구 오수중계펌프장까지 도로 개설이나 하천을 통해 하수관로를 연결하든지 조례를 개정해 일반정화시설로도 가능하게 하든지 대책을 세워달라며 성남시 등에 민원·청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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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을 사이에 두고 용인 고기리 쪽에는 일반 정화시설로 전원주택들(좌측)이 들어서고 있지만 성남 석운동 쪽은 하수도관을 이유로 건축이 금지되고 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석운동 대책위 김광수 위원장은 "난개발을 막는다며 조례를 만들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부당한 20년 족쇄를 풀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석운동 발전 계획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하수도관과 관련해 "도로 신설이 우선돼야 한다"며 "향후 '성남시 도로건설·관리 계획' 수립용역에 대장동~석운동간 1.54㎞ 도로 개설을 포함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례는 한선미 의원이 개정안(2021년12월30일자 5면 보도)을 발의한 상태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