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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점심, 서울시 흑석동 한 식당에서 60대 손님 2명이 난처한 상황이 됐다. 먼저 도착한 남성이 삼계탕 2인분과 소주, 맥주 1병씩 주문했다. 잠시 뒤에 온 손님은 백신 접종 1차만 맞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업주는 다른 손님이 신고하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며 '이미 음식을 시켰으니 따로 떨어져 드시라'고 한다.

졸지에 '혼밥' 신세가 된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를 했다. 먼저 온 남성은 화가 난 듯 맥주잔을 벌컥 들이켰다. 백신 패스가 초래한 황당하고도 난감한 상황이다. '두 사람 우정에 금이 가게 생겼다'는 괜한 걱정에, 잠재적 신고 의심자가 된 복잡하고 불편한 심경이었다.

정부가 10일부터 방역 패스 의무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면적 3천㎡ 넘는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서점이 추가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방역 패스 유효기간 6개월 적용을 위한 계도기간도 끝나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확인하지 않는 소규모 점포와 슈퍼마켓, 편의점은 대상이 아니다. 판매사원은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 미접종 아르바이트생은 대형마트에서 일해도 되지만 물건은 살 수 없다. 수많은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기준이 뭐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이달 초 학원·독서실에 대한 방역 패스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청소년 1천700명은 헌법재판소에 방역 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방역 패스로 많은 국민이 일상을 제약받고 백신 접종이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방역 패스로 얻는 게 뭔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는 이유, 목적, 기대효과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백신 미접종자를 열 받게 하겠다'고 했다. 백신 패스를 강화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거다. 이 말에 열 받은 국민 10만명 넘게 모여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놀이공원과 종교시설은 방역 패스 대상이 아니다. 마트에도 갈 수 없는 임신부는 '뭘 먹고 사느냐' 항변한다. 비난 여론에 정부는 기준을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오락가락 대책에 불신·불만이 커진다. 그래도 정부 하라는 대로 다들 따른다. 복이 많은 정부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