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지금의 한국 콘텐츠 저력도 지속적인 인적 자원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공든 탑일지라도 언제든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다른 산업보다도 시대와 유행에 민감해 도태 또한 더 빠르기도 하다.
이에 국내외 문화·예술계에 우수한 인적자원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서울예술대학교(총장·이남식, 이하 서울예대)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자타공인 한국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최고 교육기관인 만큼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실용음악 처음 만든 서울예대, 졸업 음악인·교수진 '화려'
익숙한 실용음악이라는 용어를 1987년 처음으로 만들며 우리나라 최초로 실용음악과를 개설한 곳도 서울예대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대중음악 교육기관으로 지난 35년간 탄탄한 이론과 깊이 있는 실기 교육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음악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입시 기준으로 보컬은 316대 1, 전자음악은 101.5대 1을 기록했다.
1987년 우리나라 최초 '실용음악과' 개설
김연우·김범수·적재 등 가요계 스타 배출
재능과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해 국내외 최고의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는 모든 역량을 투자한다.
특히 서울예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컬, 기악(피아노·기타·베이스·드럼·관악), 작곡, 전자음악, 음향디자인, DJ까지 대중음악의 모든 세부전공을 갖추고 있다. 실용음악전공이라는 공통의 학습활동(커리큘럼)과 서울예대만의 고유한 특화 시스템으로 실기능력은 물론 높은 수준의 이론까지 교육한다.

그 결과로 서울예대 실용음악이 배출한 인재들이 한국의 대중음악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김연우, 김범수, 김진표, 이준호, 조장혁, 조정치, 더 레이, 이기찬, 박기영, 임정희, 딕펑스, 적재, 신용재, 멜로망스, 김나영, 임재현, 구본암, 이진아 등이 있고 이 이외에도 작곡가·세션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음악적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교수진도 화려하다. 국내 정상급 중견 뮤지션인 권진원(보컬)과 한충완(피아노)을 필두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수상 영화음악작곡가 피정훈, 세계적인 국악크로스오버 밴드 '블랙스트링'의 기타리스트 오정수, MIT출신 빌보드 댄스차트 1위곡 작곡가 Woody Pak 등이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 세계가 인정한 혁신대학
서울예대는 지난해 WURI 랭킹(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에서 글로벌 톱100 부문 99위, 위기관리 부문 21위, 산업적용 부문 30위, 학생의 이동성과 개방성 부문 47위로 선정됐다.
WURI 랭킹은 새로운 교육과 연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고등교육기관의 혁신성을 가늠하고자 만들어진 세계 혁신대학 순위다.
주목할 점은 세계 주요 대학의 혁신프로그램을 사례별로 정성평가하고 종합 순위와 부문별 핵심지표 순위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 교육이 실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학문적 연구 위주의 일률적인 대학평가와 차별점을 보인다.

'WURI' 글로벌 톱100 '99위' 달성 혁신성과
현장중심 창작 시스템 개발 직무고려 심화
서울예대는 2019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중장기 발전계획 'VISION 2025'를 수립해 5개 핵심역량(예술혼·공감소통성·실험정신·기술준비성·기업가정신)을 선정, '창의·협업·인성을 겸비한 글로벌 융합예술인' 양성을 위한 창작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또 차별화된 교육과정인 '현장중심 예술창작 시스템(PACS)'을 자체 개발해 직무를 고려한 전공은 심화시키면서도 학부와 학부 간의 그리고 전공과 전공 간의 융합을 강화시키는 연계·순환·통합의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예대는 PACS 교육과정 운영으로 문화예술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현장중심의 예술창작교육을 지향하며 문화예술 산업형 산학협력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한류 특성화 전략에 바탕을 두고 글로벌 예술 인재의 양성과 창의적 예술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 인기는 곧 대입 경쟁률 평균 36대 1,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활성으로 최고의 예술대학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의 재난상황 속에서도 서울예대는 2021학년 대입에서 지원율과 충원율이 전년보다 더 올랐다.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연기전공과 실용음악전공 지원율은 수시와 정시 합산 평균경쟁률 100대 1을 상회했고, 연극·무용·한국음악·시각디자인·공간디자인·예술경영 전공도 2020년보다 높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최근 6년간 서울예대의 대입 전체 경쟁률은 36대 1을 웃돈다. → 표 참조

이 같은 인기와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예대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활성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커리큘럼의 특성상 대면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최첨단 기술을 활용, 비대면 교육으로 부족분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속 2021 대입 지원·충원율 더 올라
이탈리아 등 '컬처허브' 구축 문화적 교류
사실 서울예대는 이를 위한 인프라를 이미 마련한 상태다. 세계 문화예술 주요 거점인 미국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에 '컬처허브(CultureHub)'를 구축해 우리 고유의 문화예술과 세계 문화와의 만남을 시도해 오고 있다.
세계 컬처허브와 서울예대 예술공학센터(ATEC)에 '원격현존감(Tele-Presence)'을 이용한 원격 버추얼 스튜디오를 설치해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실험 연구와 뉴폼 아트 창작을 위한 실험장을 구축했다.

■ [인터뷰] '개교 60주년' 맞는 이남식 총장 "학령인구 감소 어려움… 정부의 지원 정책 절실"
이남식(사진)총장은 올해 개교 60년을 축하하기보단 숙제로 보고 있다. 다양한 입시 전략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의 위기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사정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 뻔해서다.
이 총장은 "예체능계 대학이 선전한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유학 수요층이 국내로 유턴한 결과"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쌓여 있는 과제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어서다. 그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는 지원을 줄이고 등록금마저 올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당장은 어찌어찌 버티겠지만 인재와 콘텐츠 생성을 위해서라도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서울예대는 오랜 전통의 견고한 커리큘럼으로 시대의 변화도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며 "앞으로 100년, 200년 넘는 세계 최고의 예술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60주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