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부하 직원에게 텃밭을 가꾸게 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의 한 소방 간부(2021년 10월15일자 4면 보도=부하 직원 텃밭서 일 시킨 인천소방본부 간부)가 징계를 받았다.

11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소방본부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사적 노무 요구 금지 위반 등으로 전 119특수구조단장 A소방정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

A소방정은 지난해 8월 근무시간 중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 있는 119특수구조단 청사 인근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배추, 고추, 상추 등이 심어진 텃밭을 가꾸게 하는 등 갑질과 막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텃밭은 구조단 산하 소방항공대 헬기 활주로 인근에 있었으며 농작물 재배가 금지된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배금지구역에 불러 일 시켜
방화복 입게한 뒤 배드민턴도
징계위 정직 판단 수상이력 고려 


A소방정은 헬기 격납고에서 부하 직원에게 방화복을 입게 한 뒤 함께 배드민턴을 하거나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찍 퇴근하기도 한 것으로 감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는 감찰 조사에서 "(직원들에게) 죄송하다"며 일부 비위 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위원회는 A소방정의 비위 행위에 대해 정직 1개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과거 수상이력 등을 고려해 감봉 2개월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소방 공무원의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인천소방본부는 A소방정을 징계 후 최근 다른 부서로 인사 조처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9월 A소방정의 갑질 의혹이 제기되자 감찰 조사를 진행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인천소방본부의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징계는 인천소방본부가 얼마나 갑질에 무뎌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인천시장과 인천소방본부장은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다시 조사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