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니 옛 필자의 칼럼에서 조삼모사를 다루었다. 이젠 조사모삼이다. 조삼모사의 기본 콘셉트에 대해 에너지보존의 법칙으로 연관하여 인생의 화복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오늘 비록 술수를 부려 복을 당겨쓴다 하더라도 결국은 내일 갚아야만 하는 운명의 제로섬으로 이야기했다. 이번엔 경제적 관점에서 다시 보겠다. 기본 스토리는 동일하다. '장자'의 비유적 이야기이다.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원숭이(狙)를 기르는 사람이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늘자 원숭이들의 먹이인 도토리공급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는 "앞으로 너희들에게 나누어 주는 먹이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려고 하는데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씩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좋아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차원적으로만 단순계산하면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든지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든지 총합은 변함이 없는 제로섬게임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학의 논리로 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해하기 쉽게 극단적으로 설정해보자. 오늘 만원과 10년 후 만원은 그 효용가치가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의 구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액면금액이라도 오늘의 가치와 10년 후의 가치는 엄청 달라진다. 현대와 같이 정보가 거의 시차없이 전달되고 공유되는 경제에서 과거 10년은 오늘의 1일이나 1시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도토리 1개의 효용가치와 저녁의 도토리 1개의 효용가치는 다르다. 그러므로 '장자'의 원숭이들은 인플레이션을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초인플레이션의 시대에는 당연히 아침에 4개를 선택해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