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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중략)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이제 고3이라 뒤지겠는데 이딴 행사 하고 있으니까. 군대에서 열심히 하세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얼마 전 서울의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 내용이다. 학생은 '이딴 행사'라는 표현으로, 쓰기 싫은데 어쩔 수 없었다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자의가 아닌 타인의 종용으로 편지를 쓰는 게 못마땅한 듯 길지 않은 분량에 가벼운 유머로 마무리했다.

편지가 공개되자 '왜 장병을 조롱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학교 학생을 받지 않겠다며 당장 퇴원시키겠다는 학원도 있다. 학교 측은 홈페이지에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고생 위문편지는 직접 옮기기에 적절치 않을 정도로 민망하다. 성희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과 모욕감을 줄 만한 과한 대목이 있다. 이 편지를 블로그에 올린 네티즌은 "머리가 띵하다"고 했다.

학생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여고생은 (학교가) 위문편지 강제로 시켰다고 했다. 군부대와 자매결연 맺었다고 안 쓰면 강제로 봉사시간 날아가게 돼 두 장씩 억지로 썼다는 것이다. 왜 여고생만 쓰느냐 했더니 선생님들이 그냥 쓰라고 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초등학생 때 연필 자루 꾹꾹 눌러썼던 위문편지를 자녀들도 쓰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이등병까지 부대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마당에 어떤 위안이 될지 궁금하다. 남자 병사들이라고 여학생만 쓰게 하는 관행은 뭔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에 '전방에 계신 파월장병 아저씨'로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썼다가 웃음거리가 됐다는 어릴 적 일화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제의 잔재(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게 놀랍다고 한다. 이 말에 반론이 잇따르면서 논쟁이 번지고 있다.

국군 장병은 빛나는 청춘을 희생해 국가 안보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건강한 대한민국 젊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국방의무로 안다. 눈이나 치우라고 비웃는 건 국민 된 도리가 아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다른 봉사활동을 하는 게 맞다. 예비 고3이라면 사리분별 못 하는 철없는 10대가 아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