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흥도 수산물직판장 상인들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또다시 화재 피해를 봤다.
17일 오전 11시께 찾아간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수협 수산물직판장 상인들은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1일 직판장에 불이 나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상인들은 옹진군청이 설치해 준 천막에서 임시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 천막마저 새벽에 일어난 화재로 대부분 녹아내렸다. 한 상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수족관 속에서 죽은 물고기를 건지고 있었다. 불에 타지 않은 가재도구 등을 주섬주섬 챙기던 한 상인은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 강경숙(58)씨는 "천막을 세우고 영업을 재개한 뒤 주말에 적지 않은 손님들이 직판장을 찾아오면서 한 시름 덜었는데, 이마저도 불에 타 막막하다"며 "자꾸 불이 나 손님들이 직판장을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천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불에 탄 난로에서는 석유 냄새가 진동했다. 식자재를 보관하기 위해 설치된 냉장고 내부는 반쯤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냉장고 주변에는 양파와 조개 등이 검게 그을린 채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익명을 원한 한 상인은 "잠든 지 얼마 안 돼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오니 천막이고 뭐고 다 타버린 뒤였다"며 "이미 벌어진 일이니 빨리 복구하는 수밖에 없지만 같은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나 착잡한 마음이 크다"고 푸념했다.
어패류·수족관 등 8500만원 피해
"같은 일 두 번이나 착잡한 마음"
화재 보험 따로 들어놓지도 않아
설연휴전 영업 재개 협의 들어가
이날 오전 3시49분께 발생한 불은 임시 영업용 천막 6동 중 4동을 태우고 20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천막 안에 있던 어패류와 수족관, 냉장고 등이 불에 타 8천5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천막 내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영흥수협 수산물직판장은 지난달 1일 새벽에도 화재가 발생해 입주 점포 35곳 중 9곳이 불에 타고 약 10억원의 영업손실액이 났다.
설 연휴가 다가오기 전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인천시·옹진군과 협의할 예정
수산물직판장 상가번영회 김영민 회장은 "직판장과 달리 영업용 천막에는 화재에 대비한 보험을 따로 들어놓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선 현장을 정리하고 설 연휴가 다가오기 전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인천시, 옹진군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