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학부모는 '멘붕'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며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표현했다. 자녀가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평소 원하지 않던 특성화고로 갈 처지가 된 것이니 마음고생이 오죽했을까. 학부모가 걱정한 건 특성화고가 아니라 자녀의 진로였다. 간호대학에 들어가 대학 졸업 후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 간호사가 되는 것이 아들의 꿈이었다. 인천에 보건계열 특성화고가 있지만 여학교다. 남학생 입학이 가능하다 해도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0㎞ 거리를 등하교하면서 매일 3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무리였다.
학부모는 이 같은 상황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도 느꼈다. 자신의 직장 때문에 최근 온 가족이 함께 2년 가까이 해외 파견을 다녀온 터였다. 자녀의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해외 생활이 자녀의 학습을 방해했고, 진로를 발목 잡은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고민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인 2022학년도 평준화 지역 일반고 고입 전형 배정 인원을 탈락자 없는 1만7천여 명으로 확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일반고를 원하는 학생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성적순으로 일반고 합격 여부를 가리던 기존 관행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고에서 탈락한 매년 200~300명의 학생이 원치 않는 특성화고나 섬·농어촌 특수지역 학교로 진학했다.
이는 지양되어야 하는 게 맞다. 글에서 예로 든 학생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학생의 성적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에 성적으로 학생의 진로를 재단해선 안 된다. 만약 특성화고에 학생이 오지 않아 문제라면 그건 인천시교육청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동안 시교육청이 특성화고에 많은 공을 들여온 만큼 잘 해결해 낼 것으로 믿는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