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weakest link)'가 결정한다. 그 고리가 끊어지면 사슬은 통째로 무용지물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의 잠재력도 가장 약한 고리가 관건이다.
저출산 후과, 상상 이상으로 '참혹'
가정·사회·국가 전반에 걸쳐 미쳐
인재없어 혁신 동력 나락으로 추락
문명은 답변이 아닌 질문의 결실이다. 한국의 제일 약한 고리는 어딜까? 외부강의 말미 필자가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면 주로 이런 대답이 쏟아진다. "국가부채, 진영갈등, 부정부패, 청년실업, 연금개혁…." 누군가는 북핵과 시위공화국을 꼽기도 한다. 모두 정답에 가깝긴 하나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다른 건 없을까요?"하고 재촉한다. 이윽고 들릴 듯 말 듯 "혹시 OOO 아닌가요?"라는 답변이 나온다. 그제야 저는 OOO 문제를 목에 핏대 세워가며 설명한다. 'OOO'은 뭘까?
"국가로서 한국은 이번 주 소멸된다(Korea as a Nation to end this week)." 1910년 8월22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경술국치 소식이다. "한국인은 현재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참담한 소제목이 이어진다.
OOO은 '저출산'이다. 정보가 차단된 100여 년 전과는 달리 현재의 저출산은 미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사안임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럼에도 어쩐 일인지 주변 반응은 시큰둥하다. "또 그 얘기?", "원래 우리나라 그렇잖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러다간 허공을 한참 솟아오른 뒤에야 날개 없는 자신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나라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인데, 구성원의 위기감은 실상과 괴리가 너무 크다.
우리의 합계출산율(2020년)은 0.84로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다. 남자 50명과 여자 50명이 결혼해 아이를 평균 32명(50×0.84) 가졌고, 다음 세대엔 남자 16명과 여자 16명이 결혼해 아이를 13명(16×0.84) 가진다는 뜻이다. 결국 3세대엔 5명이 태어나게 돼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저출산 문제는 비혼(非婚)과 만혼(晩婚)의 '2혼'이 핵심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변변한 직장도 집도 없어 결혼을 포기한다. 적령기를 지나 결혼을 해도 육아가 힘들어 아이 가질 생각을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당사자의 합리적 선택이 초래한 최악의 결과가 저출산이다.
정부 '출산미래부'신설 대개조 나서
'출산' 올바른 방향임을 납득시켜야
현생 인류의 직접적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4만년 전쯤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이래 조상 가운데 단 한 세대라도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면, 그대는 이 칼럼을 대할 수 없다.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 비출산은 4만년 동안 이어온 불멸의 줄기를 자기 세대에서 절단하는 끔찍한(?) 행위다.
인간의 영단어 휴먼(human)은 흙(토양)을 뜻하는 라틴어 후무스(humus)에서 유래됐다. 인간의 시작과 끝, 가치는 흙과 같다는 거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끊임없이 재창조, 재생산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일상을 잇는 건 생명을 품는 데서 시작된다.
저출산의 후과(後果)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다. 직간접적 파급효과까지 따지면 가정과 사회, 국가 전반에 걸쳐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특히 인재 고갈로 혁신 동력은 나락으로 추락한다. 종국엔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사라진다.
지구상에서 맨 먼저 소멸될 국가란 오명을 떨쳐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당장 '출산미래부'(가칭)를 만들고 국가 대개조에 나서라. 총이 들려졌으니 쏜다는 게 아닌 어디를 어떻게 겨냥할지에 관한 디테일과 큰 한 방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출산이 올바른 방향임을 가임 부부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