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6월에 진로소주는 3조4천288억원에 하이트맥주에 재매각되었다. 진로 채권의 70%를 지녔던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벼락을 맞았다. 골드만삭스는 7년 만에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당시 시장에 헐값 매물이 넘쳐났지만 국내 기업들은 입맛만 다셨다. 외자유치 지상주의의 속 쓰린 기억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의 역차별이 주목된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안정대책이 화근이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역대급 재산세, 종부세 폭탄에 모골이 송연한 것이다. 평생 고생해서 약간의 재산을 모은 흙수저 출신의 수많은 노인들은 수천만원의 종합부동산세에 정부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른다. 과중한 양도세와 취득세, 증여세에 대출규제는 설상가상인데 그 틈새를 외국인들이 파고드는 것이다.
정부 고강도 안정대책 틈새 파고든 외국인들
국내 부동산 거래규모 비중 갈수록 커져 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규모와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국인 토지 보유는 2020년 현재 필지 기준으로 2011년 대비 2.2배 증가했으며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1.3배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외국인 보유 국내 토지면적은 2억5천674㎡로 전체 국토 넓이의 0.26%에 이른다. 여의도면적(2.9)의 88배로 2006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최대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인 53.3%, 중국인 7.9%, 일본인 6.5%, 기타 국적 25.2% 등인데 외국 국적의 교포들이 55.9%(1억4천356만㎡)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건수는 2010년 3천526건에서 2021년 1만7천368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해 토지보다 주택 선호도가 크다. 2021년 한 해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취득이 2010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1만639건(60.3%), 미국 3천186건(18.1%), 캐나다 1천627건(9.2%) 등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주택취득 증가율은 11년 전 대비 무려 27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배경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부동산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판단하고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 등의 한류열풍에다 서울은 세계 10대 도시로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정부가 자국 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 갈 곳 잃은 자금이 중국 역외로 쏠린 점도 한몫 거들었다.
국내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 세금 및 대출 등 제도적으로는 내·외국인 차별이 없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내국인처럼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한다. 그 과정에서 증여, 상속, 사업소득 등 모든 항목에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만 외국인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올 경우 대출자금인지, 상속자금인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 또한 세금 중과에는 세대별 합산을 적용하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분산해 집을 여러 채 사더라도 다주택자에 해당하지 않아 우리 국민들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외국인들이 좋은 매물들을 싹쓸이하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구경만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재연되게 생겼다.
여러채 분산 구입해도 다주택자 해당 안돼
좋은 매물 싹쓸이 국민들 구경만 하게 될것
지난 11일 정부는 국토계획법과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손질했다.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쇼핑을 방관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처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할 때 외국인등록번호, 국적, 체류자격, 체류기간을 기재케 하는 등 최소한의 기초정보 작성이 전부이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매매 총 276만9천40건 중 외국인이 매수한 사례는 1만9천372건(0.69%)으로 미미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 조짐이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한국은행은 부동산가격 거품 수준이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라고 경고했다. 외환위기 직후에 일본의 서민들이 단체로 한국에 몰려와 부동산쇼핑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