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는 존재다. 웃음은 예상 밖의 엉뚱한 사태나 기대의 불균형에서, 어색함과 난감함을 모면하기 위해서, 가벼운 호의의 표시나 통쾌한 승리를 거뒀을 때 터져 나온다. 웃음은 묘약이요, 일로일로(一怒一 老) 일소일소(一笑一少)란 말대로 웃으면 젊어지고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따져 봐도 웃음이 주는 효과는 여러모로 대단하다. 우선 혈류량을 늘려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여준다. 게다가 운동 효과까지 있다. 웃음은 횡격막의 단속적 경련과 근육의 수축을 동반하는데, 무려 605개의 몸 근육과 206개의 뼈 그리고 얼굴 근육 80개와 오장육부가 총동원되는 등 칼로리가 많이 소모된다.
그런 웃음을 다룬 문학작품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웃음'이 있다. '웃음'은 희극·소극·만담·풍자 같은 전통적인 웃음문학이 아니다. 소설은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 사건을 통해서 유머와 웃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다. 유머와 웃음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와 '유머 기사단'의 존재도 흥미롭고, "우리가 웃는 까닭은 현실을 초월하기 위함"이라는 주인공 이지도르의 말이 여운처럼 머리에 남는다.
또 움베르토 에코의 걸작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도 웃음과 관련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가운데 웃음을 다룬 '희극 편'을 읽지 못하게 하려는 벽창호 같은 신부가 꾸민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복잡하고 정교한 이야기 구성과 함께 14세기 신성로마제국 시대 이탈리아 사회의 모습을 잘 재현해낸 빼어난 소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웃음소리가 잘 들려오지 않는다. 그나마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아재 개그마저 썰렁하다는 지탄을 견디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졌고, 대표 코미디 프로인 개그콘서트마저 막을 내린 지 오래다. 만성적 소재 난에, 온갖 유머 패턴에 단련된 대중들을 매주 웃긴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난에, 아파트 대형 붕괴 사고에, 대선 후보의 배우자 녹취록 공개와 대장동 물고 늘어지기 등 한숨만 나오는 선거전 등의 웃기는 현실로 인해 웃음이 더 나오지 않는다. 웃음의 부활을 위해 웃음부흥회라도 열어야 할 판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