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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 철학자들은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재료나 원리에 대해 생각을 해왔다. 중국에서는 송대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다양한 사상을 흡수통합하여 근원적인 재료는 기(氣)이고 근원적인 원리는 리(理)라고 정하고 그 둘의 기반 위에서 본격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존재와 윤리에 대해 논의하였다. 기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었고 또 만물의 근원적인 재료가 기라는 생각도 아주 오래된 것이다.

'주역'에서는 그 기운에 대해 정미롭다고 하였다. 정미롭다는 것은 그만큼 보기도 느끼기도 힘들다는 의미이다. 정미로운 기운이 만들어낸 물건은 형상화되고 형체화되어 눈에 보이기도 하고 손에 잡히기도 하지만 정작 그 본체인 기는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우리가 체감하는 차원과 범위 내에서 자주 기타령을 한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체감하는 것이 기후(氣候)이다.

만물이 모두 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에서 생각해볼 때 생물은 물론이고 무생물도 모두 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재료도 마찬가지이다. 알고 보면 근원적으로는 모두 기이다. 그런데 기운은 서로 느끼고 호응하고 교통하며 어우러지는 특성이 있다.

이번에 광주에서 일어난 비참한 건축사고도 무생물 간 기의 어우러짐이라 할 수 있는 화학적 결합에 대해 주의하지 않은 탓도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는 적절한 기후와의 어우러짐이 절대적인데 이에 대한 챙김이 소홀했다고 평가한다. 차가운 기후가 예상보다 오래되면 더운 기운은 기를 못 펴고 물러나는 이치가 있으니 기는 눈에 안 보여도, 체감하는 기후라도 잘 챙겨서 생명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