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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오늘도 창가에서 연한 녹색을 띤 이파리로 겨우 생명을 연명해 가고 있는 화분을 보고 출근했다. 봄이 올 때쯤 가지마다 돋아나는 연두색을 좋아하고,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활짝 웃는 꽃들도 사랑한다.

그래도 내 손으로 식물을 '잘' 키우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줄기와 잎, 선명한 꽃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그만큼 아름답게 자란다. 이렇게 식물을 키우고, 또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으로 정의된다.

소개할 두 권의 에세이 '내 기분이 초록이 될 때까지'와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은 식물과 함께하는 이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자신에게 닥친 힘듦의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며 시들어 갔다. 그러다 만나게 된 존재가 바로 '식물'이다. 식물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들에게 온전한 위로와 아름다움을 선물해줬다.

■ 내 기분이 초록이 될 때까지┃신시아 지음. 오후의서재 펴냄. 240쪽. 1만4천500원


출판사 마케터 저자의 번아웃 겪은 후 인생 바뀐 이야기
열정의 가드너 '다양한 식물생활' 생생한 에피소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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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종의 식물과 함께 사는 열정의 가드너 신시아의 '내 기분이 초록이 될 때까지'는 식물을 만나 인생이 바뀐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식물에 빠지기 전 13년간 출판사 마케터로 일한 저자는 번 아웃을 겪은 후 휴식기를 갖던 중 식물 키우기에 빠져들었다. 식물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그에게 초록의 기운은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줬다.

흙을 뒤적거리고, 통풍시키고, 등을 쬐어주며 물을 자주 주는 '진취적 과습러'인 저자는 식물을 하나뿐인 명상 선생님이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귀여운 반려묘 양파가 토분을 50개씩 깨뜨리며 식물을 뜯어 먹는 일, 실수로 튤립 구근 100개를 주문해 베란다를 가득 채운 일, 식물 애호가들과 손을 잡고 식물 가게 동선을 따라 외출하는 일 등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책 속에 담았다.

다양한 식물 생활을 통해 건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한 저자는 식물에 고마움을 전하며 반려 식물을 키울까 망설이는 이들에게는 응원을, 키우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전한다.

■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제님 지음. 헤르츠나인 펴냄. 304쪽. 1만6천800원

그림책 작가의 '한조각 진실'
자연에 놀라워하는 예민한 감각
책·식물은 요란하지않게 '치유'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그림책 작가인 제님의 책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은 삶의 중요한 한 조각의 진실, 행복은 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새긴다.

책과 식물은 요란하지 않게 우울함이 스며든 마음을 다독여주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존재였다. 그곳에서 얻은 쉼과 치유 받은 마음들이 흘러 힘을 얻게 됐다고 말한 저자는 자연에 대해 놀라워할 줄 아는 예민한 감각을 가졌다.

20년이 된 베란다의 옻나무에서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세월의 아우라를 느끼고, 나뭇가지에 헐렁하게 남아 주홍빛 감들과 절묘한 어울림을 빚어내는 이파리를 보며 감나무의 고요한 절정을 감탄했다.

또 십 년이 넘도록 꽃 한 송이 보지 못한 찔레꽃에도 감사함을 전하고, 아파트 산책로에서 발견한 고욤나무 열매 하나를 따 먹으며 여덟 살 그 시절을 추억한다.

책은 이렇듯 주변에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서 더욱 선명해진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저자의 소소한 일상을 만나게 해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