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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경인일보DB

지난해 수도권 연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겨울을 제외한 전 계절에서 기온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인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 추세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23일 수도권기상청이 관내 6개 지점(서울·수원·인천·양평·이천·강화) 기상관측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수도권 2021년 연평균기온은 13도로 관측망이 전국에 구축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기존 기록도 2016년의 13도였다. 이번 기록은 평년대비 0.9도나 높은 수치다.

3월과 7월·9월초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았던 현상과 기온변동이 큰 폭으로 이뤄졌던 날이 많은 등 이상기후가 역대 최고 기온의 이유로 꼽힌다. 2016년 기록과 비교하면 2~3월엔 약한 강도의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 7월엔 짧은 장마와 이른 폭염으로 월평균기온이 2016년보다 1.5도~1.9도 가량 높았다. 반면 상층의 찬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렸던 5월과 8월은 2016년보다 월평균기온이 2.1도~2.4도 가량 낮게 나타났다.
3월, 7월, 9월 이례적 고온과 짧은 장마

3월 월평균기온은 8.1도를 기록하며 역대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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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수도권기상청


북극기온이 평년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강한 극 소용돌이에 따른 제트기류가 찬 공기를 가두면서 찬 대륙고기압의 강도도 약해졌다. 또 라니냐로 인해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자주 영향을 주게 돼 평균기온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고온현상에 따라 서울에선 평년보다 2주가량 이르게 3월24일에 벚꽃이 개화하면서 1922년 관측이래 가장 빨랐다.

5월엔 이틀에 한 번 꼴로 비가 내려 강수일수가 역대 가장 많았던 반면, 지난해 장마는 17일로 역대 세번째로 짧았다. 장마가 짧았던 건 6월 북태평양고기압이 늦게 북상하면서도 7월엔 빠른 속도로 확장함에 따른 결과다. 강수일수도 8.5일에 그쳐 사실상 비가 거의 오지 않았던 걸로 분석됐다. 강수량도 117.2㎜ 오는데 그쳐 역대 네번째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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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21~30일 모식도/수도권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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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15~24일 모식도/수도권기상청

장마가 끝나기 전부터 7월 폭염은 시작됐다.

폭염일수는 12.5일을 기록해 역대 세번째로 많았고, 최고기온도 31.5도로 역대 세번째로 높았다. 7월 월평균기온은 27도를 기록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번 폭염은 1994년과 성격은 유사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집중적인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1994년에는 티벳고기압이 우리나라 수도권까지 확장해 북태평양고기압과 커플링하면서 폭염을 가중했다. 반면, 2021년엔 기압계가 수시로 변화하면서 두 고기압이 함께 영향을 받는 기간은 짧았으나, 대신 태풍 영향으로 동풍이 강화하면서 푄현상으로 수도권에 기온이 상승했다.

가을철에 접어든 이후에도 10월 중반까지 높은 기온을 유지했다. 작년 9월 초부터 10월 15일까지 평균기온은 21.2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아열대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 장기간 머물면서 따뜻한 남풍이 유입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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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폭염 기압계 모식도 (빨강 실선: 티벳고기압 기준선(12480gpm), 초록 실선: 북태평양고기압 기준선(5880gpm))/수도권기상청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큰 기온변동 폭

작년 1월은 기온변동이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1월8일 평균기온이 영하 14.6도를 기록하면서 초순엔 한파가 나타나다가 하순엔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23일 평균기온이 6.9도까지 오르는 등 역대급 기온변동폭을 기록했다.

4월에도 양극단의 기온변동이 나타났다. 초·하순엔 평균최고기온 27도 정도의 고온현상이 나타난 반면, 중순엔 2004년 6월 이후 가장 늦은 한파주의보가 경기북부지역에 내려질 정도로 저온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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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전반(9월1일~10월15일) 고온 및 잦은 강수 원인 모식도/수도권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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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10월13일~10월17일)기온 급하강 원인 모식도/수도권기상청


10월도 중순까지 뜨거운 날이 계속되다가 10월 중순 이후엔 이 아열대고기압이 남쪽으로 물러나면서 동시에 북쪽 찬 대륙고기압이 빠르게 확장해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갔다. 10월17일엔 서울에 첫 얼음이 관측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10월의 평균기온 변동 폭을 뜻하는 표준편차가 5.1도로 나타나면서 역대 가장 컸다.

온난화 기조 뚜렷… 평균기온이 오른다
수도권 연평균기온은 전체적인 추세로 봤을 때 오름세다. 연평균기온 상위 10개년 중 6개가 최근 10년 동안 나타났다.

2021년(13도·1위), 2016년(13도·2위), 2019년(12.9·3위), 2015년(12.9도·4위), 2020년(12.6도·7위), 2014년(12.6도·8위) 순이다. 2000년대까지 넓히면 2007년(12.5도·9위), 2006년(12.4도·10위)까지 총 8개 연도가 상위 10위 내에 포함돼 있다. 나머지 2개 연도도 1998년 (12.8도·5위), 1994년(12.7도·6위)라 온난화 기조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서유럽 폭우, 북미 폭설과 같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가 빈발했던 해인데, 수도권도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최고온도를 경신했고, 17일 간의 짧은 장마와 급격한 기온변동과 같은 기후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됐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적절한 기후정보를 전달하면서 재해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