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2시께 시흥시 삼미시장. 설날 연휴를 불과 1주일 앞둔 주말이어서인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시장 입구부터 상권 구석으로 줄지어 이어졌다.
이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김모(53)씨는 "고사리·도라지·숙주 등 제수용품을 비롯해 다른 채소의 판매도 평소보다 늘었다"면서 "설 연휴와 가까워지는 다음 주에는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물건을 더 준비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주한 시민들의 모습 속 걱정을 내비치는 상인도 적지 않았다.
시장 입구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이모(31)씨는 "지나가는 손님이 많아 보여도 선물세트 주문도 거의 없고 코로나19 이전 명절 매출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떡갈비와 닭발 등을 파는 이모(60)씨는 "(재난)지원금을 나눠주지 않아서인지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확실히 줄어들어 그냥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찾은 부천시 역곡 상상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삼미시장처럼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통 속, 손님맞이에 바쁜 상인들의 몸놀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장에서 전국 8도의 특산물을 모아 파는 이모(54)씨는 "가게 앞 매대에 진열해놓은 제수용품이 그나마 설 전이라고 팔리긴 하지만 과거 명절에 비하면 (판매율이) 크게 떨어져 발주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생선 장사를 하는 엄모(65)씨는 "조기·부세 등 제수 물건을 깔아놨지만 제사도 줄고 가족들이 모이지 않아 잘 팔리지 않는다"며 "명절 때면 시장 곳곳에서 사람들끼리 치이는 모습이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대형마트 대비 제수용품 23% 저렴… 상권 곳곳 손님 줄지어 '기대감'
"선물세트 주문 거의 없어… 재난지원금 미지급 씀씀이 줄어" 아쉬움도
설 연휴를 앞둔 경기도 내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속 한파까지 덮치면서 상인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손님이 늘었다지만 과거 명절 분위기에는 비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추석 전엔 정부·경기도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쏠쏠하게 사용했었지만 이번 설엔 지급되지 않아 '지원금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시장 상인들의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모습 속, 이날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전통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삼미시장을 찾은 장모(49·시흥 신천동)씨는 "인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두루 다니면서 제수 품목들의 가격을 보는데 전통시장이 좀 더 저렴해 마음이 더 간다"고 전통시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전통시장 37곳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설 제수용품 27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26만2천645원, 대형마트는 34만1천859원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평균 7만9천원(23%)가량 저렴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