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는 인천시 10개 구·군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22% 수준을 보인다. '달동네'로 일컬어지는 열악한 주거환경은 지역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주택보급률(85.8%)도 낮은 동구의 현재 인구는 7만5천여명. 낙후된 주거환경 등으로 인해 지난 97년부터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2003년 말까지 인구 10만명 미만의 자치구는 실·국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터여서 이대로 가다간 자칫 '꼬마 자치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동구청장감으로 주거환경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희망'을 '현실'로 바꿔놓을 수 있는 인물을 1순위로 꼽고 있다. 여기에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행정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경영마인드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지역의 일반적인 정서다.
5만7천여명에 이르는 유권자 대부분이 지역토박이거나 실향민인데다 연령층도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3만2천여명으로 유권자의 약 56%를 차지해 '보수색채'가 짙은 곳으로 분류된다.
김창수(민자당)-박형칠(민주당)-이성웅(자민련)-안기동(무소속) 4자 대결로 치른 95년 6·27 지방선거에선 현구청장인 김창수(59)씨가 1만8천473표(40.0%)를 얻어 1만3천여표(28.1%)를 얻는 데 그친 박형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어 98년 6·4 지방선거에선 새정치 국민회의 공천을 받은 김창수씨가 단독 출마해 83.2%(2만5천310표) 지지율로 재선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오는 6월 13일 실시하는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역대 선거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리란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선거 사상 처음으로 경선제도를 도입한데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내부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잇따라 밝히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오는 14일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할 민주당은 현재 김창수 구청장과 이흥수(43) 동구의회 의장이 선거인단(1천명)을 대상으로 막판 표밭갈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 구청장은 당초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고 내심 경선보다는 추대를 통해 힘을 한쪽으로 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선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1, 2대 구청장을 지내면서 대과없이 행정을 수행한 점, 52년간 지역에서 생활해 누구보다 지역사정에 밝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3선의 꿈을 키우고 있다. 또 현재 추진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각종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행정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자기가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의장은 현직 구청장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곤 있지만 젊음과 패기, 참신함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선 구의원인 이 의장은 그동안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활동을 통해 구행정의 난맥상을 정확히 진단, 제대로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나라당의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지난 10일 지구당사에서 소위원회를 열어 후보자를 결정하자 일부 예비후보들이 밀실공천과 다름없다며 '백의종군' 카드를 빼들고 지구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추대된 이화용(51·전 지구당 사무국장)씨는 지역토박이라는 점을 크게 부각하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가 뭔지 훤히 꿰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민 눈높이에 맞는 '맞춤 행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
경선을 치르지 않은데 반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오성근(65·한나라당 인천시지부 부위원장), 김형동(50·동구사회발전연구소장), 강진석(45·인천시민자원봉사회장)씨 역시 자신들의 색깔을 내세우며 선거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있다.
한나라당 후보 선출 과정을 지켜보고(무소속 출마 여부) 결정하겠다며 다소 유보적 입장을 취했던 오 부위원장은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7년여간의 의정활동 경험과 20여년간 인천·경기기계공업협동조합 상무이사를 지내 행정과 경영마인드를 함께 지녔다고 자평한다.
강원 영월 태생인 김 소장은 지역기반이 취약한 것이 약점이라고 자인하면서도 11년간 국회 입법보좌관을 지냈다는 사실과 제2대 인천시의원 경력을 내세우며 동구 발전의 적임자라고 밝힌다. 특히 다년간 주택정책분야를 연구한 점을 부각하면서 지역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강 회장은 20여년간의 공직생활에서 얻은 행정경험을 동구 발전으로 이어 나가겠다며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강 회장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많은 동구 지역에선 자원봉사 마인드를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이력을 집중적으로 알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동구청장 후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긴 이르지만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경선이나 내천에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