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스가이드
젠틀맨스 가이드 공연 가운데 '레이디 히아신스 해외로' 장면. /쇼노트 제공

1909년 영국 런던, 낮은 신분에 직장도 돈도 없이 암울한 삶을 살아가던 '몬티 나바로'는 어머니의 장례식까지 치렀다. 슬픔에 빠진 그에게 느닷없이 나타난 미스 슁글. 어머니의 친구인 슁글은 몬티에게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몬티가 저 위대한 하이허스트 성 2대 백작의 조카님의 손녀의 막내딸의 귀한 아들, 즉 고귀한 가문의 핏줄이었다는 것. 어머니가 남긴 유품에는 그가 다이스퀴스라는 출생증명서가 있었고, 그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친다. "그래 지렁이도 두 발로 직립보행하는 날이 올 거야!"

사랑하는 애인 시벨라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전하는 몬티,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백작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백작인 애덜버트를 포함해 8명이나 죽어야 하기 때문. 몬티는 과연 인생 역전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연히 출생 비밀을 알게된 가난한 '몬티'
인생 역전 순간, 8명을 죽여야 하는 운명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은 제목 그대로 몬티의 사랑과 살인에 대한 회고록이다. 시간이 흐르며 조문객들이 검은 옷을 빨 새도 없이 (우연히 또는 계획적으로) 다이스퀴스들이 줄초상을 치른다. 하지만 이 뮤지컬의 특이점은 여기서 나온다. "나 왜 몬티를 응원하는 거지?"

사랑을 택한 어머니가 아버지와 도망치며 가문에서 제명당하고, 평생을 남의 집 일을 하며 힘들게 아들을 키웠지만 늘 가난하다며 무시당해 왔다. 애덜버트 백작은 "왜 가난하고 그럴까?"라고 묻고, 애스퀴스 2세는 "하류층의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는다. 얄미운 그들이 하나씩 제거(?)되는 과정은 이상하게도 유쾌하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다이스퀴스 가문의 사람들이 어쩐 일인지 모두 닮았다. 애스퀴스 1세의 말처럼 다이스퀴스 집안 여자처럼 생겼고, 다이스퀴스 집안 남자처럼도 생겼다. 무려 9명이다.

1인 9역의 긴장감 넘치는 배역 전환(퀵체인지)은 이 극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안 되는 잠깐의 타이밍에 다른 역할로 능청스럽게 나타나 목소리, 몸짓, 말투까지 바뀐 다이스퀴스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젠틀맨스가이드

삼연까지 진행된 '젠틀맨스 가이드'는 페어마다 각각의 매력이 넘친다. 그들만의 새로운 대사와 동작 등 합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터져 나오는 애드리브는 관객은 물론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도 참지 못할 웃음을 자아낸다.

실력 있는 앙상블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며, 몬티를 향한 마지막 반전까지도 놓칠 수 없다.

다이스퀴스 가문 1인 9역 배역 전환 백미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엔 관객·배우 '폭소'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1907)'과 영화 '친절한 마음의 화관(1949)'을 원작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2014년 토니상을 비롯해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초연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지금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 귀족 사회의 허상, 상류층의 위선,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 등을 결코 무겁지 않게 풀어낸 진정한 '젠틀맨'의 사랑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는 2월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2월26~27일에는 이천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