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가 계속되던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동인천역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 김모(56)씨는 노숙인 지원단체에서 나눠주는 무료도시락을 받기 위해 아침 8시부터 광장 내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노숙한 지 4년 가까이 됐다는 김씨는 오후에 받은 도시락을 점심과 저녁에 조금씩 나눠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고, 역사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바람막이 시설이 설치된 버스정류장에서 밤을 보낸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공사현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여인숙에서 지내며 추위를 피했지만 허리와 무릎이 나빠지면서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말 추산 117명 중 65명 응답
41.5% 1년내 극단적 선택 심각 고민
60% 근로의향·69.8% 나이 건강 발목

 

인천에서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117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인천시와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 10월8일부터 21일까지 노숙인과 당시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 쪽방촌 주민들을 상담해 '인천 노숙인 실태조사'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조사에 응한 노숙인은 총 65명으로, 이들 중 40명(61.5%)이 고혈압과 관절염, 당뇨 등 질병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최근 1년 동안 극단적 선택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노숙인은 27명(41.5%)으로, 시설 입소 노숙인(132명 중 16명)이나 쪽방촌 주민(155명 중 21명)과 비교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아플 때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52명(80%)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치료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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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발표한 인천 노숙인 실태조사에서 경제적 어려움·건강 악화 등이 나타난 가운데 24일 인천 중구 동인천역 택시 탑승장에서 한 노숙인이 졸고 있다. 2022.1.2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흔히 노숙인은 자활 의지가 적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응답자 중 39명(60%)은 '근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일을 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53명이 '없다'고 했는데, 이 중 37명(69.8%)은 '나이나 건강상의 문제'를 꼽았다. '일하기 싫어서'는 8명(15.1%),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서'는 6명(11.3%)으로 나타났다.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한파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58명(89.2%)이 무료 급식소를 찾는다고 했다. 하루 1회만 식사하는 노숙인은 27명(41.5%)이었다. 61명(93.8%)은 '난방 도구 없이 두꺼운 옷이나 이불 등으로 버티고 있다'고 답했다.

"효과적인 지원정책 수립을 기대"


이번 실태조사를 수행한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유비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전반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노숙인들에 대해 효과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부 노숙인들은 사회적 보호체계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낮은 의료서비스 지원을 통해 노숙인들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