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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설 하면 설빔과 세뱃돈 그리고 각종 세찬(歲饌)들이 떠오른다. 떡국·산자·부꾸미·식혜·수정과·강정·동동주 등이 설을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명절에 맞춰 튀밥을 준비하고 구들장이 쩔쩔 끓을 정도로 불을 지피며 고던 쌀엿과 고구마엿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떡국이야말로 설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떡국에 관한 오랜 기록으로 1819년 김매순이 펴낸 '열양세시기'와 1948년에 발간된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문헌에 따르면 긴 가래떡은 장수를, 동그랗게 썬 떡 모양은 엽전의 상징으로 재물을, 그리고 흰색은 새해 첫날 정결한 마음가짐을 다지는 의미라 풀이하고 있다.

떡국은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는데, 개성의 조랭이떡국은 길운을 상징하는 누에고치 모양을 차용한 것이라고 하고, 또는 역성혁명으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왕씨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성계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떡국을 그의 목을 조르는 형상으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또 '꿩 대신 닭'이란 말은 고려 때 풍습과 관련이 있다. 원나라는 매를 이용한 꿩 사냥이 발달하였고 여기에 영향을 받아 고려에서도 꿩 사냥이 성행했고 이런 이유로 떡국에 꿩고기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꿩고기는 구하기 어려운 음식인지라 떡국에 꿩 대신 닭을 넣으면서 이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올 설 명절도 쓸쓸하게 지내야 할 듯하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놀라울 정도이고, 양적 완화에 재난지원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여러 이유로 명절 소비자 물가가 무려 8.7%나 올랐다. 차례상 준비를 위한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해보니 마트가 35만원인데, 전통시장은 24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 하면 그래도 떡국이고 음식 준비는 전통시장이 제격이다. 마트는 편리하지만 자주 가는 곳인 데다가 왠지 인스턴트의 느낌이 난다. 전통시장은 가격과 경제성도 있지만 명절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수원의 남문시장·인천의 신기시장·오산의 오색시장·성남의 모란시장·의정부 제일시장 등등 지역마다 가볼만한 명품 전통시장들이 즐비하다. 모처럼 명절 분위기도 느끼고 쓸쓸함을 달랠 겸하여 올해는 인근의 전통시장을 찾아가보면 어떨까.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