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얼마 전 '여가부 폐지'라는 다섯 글자로 MZ 표심 공략에 선점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이대남(20대 남자)의 보수화라고 평한다. 실제로 최근 한 언론사의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대남이 60대보다 오른쪽에 있고 이대녀(20대 여성)는 40대만큼 왼쪽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보수화와 진보화는 젠더 이슈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서 눈여겨 살펴봤다. 정책 전반에서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한마디로 이대남은 가장 보수적인 60대보다 더 보수, 또 이대녀는 가장 진보적이라는 40대보다 더 진보적이다. 같은 세대 남녀가 극과 극으로 다른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로 단정하기 전에 무엇이 같은 세대인 이들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는지 혹은 만들고 있는지 그 요인이 무척 궁금했다.
당장 취업 어려운 판에 결혼비용
집 마련·아이 양육·교육비용 등
청년층 아픔 파악후 대책 세워야
물론 이런 현상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지만 대부분 동의가 안 된다. 한 정치학 교수의 분석을 인용하자면 'MZ세대가 공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인데다 남자들은 현 정부를 페미니즘 정부로 인식,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에 공감도가 높고 여성은 남성들의 시각과 반대'라는 것이다. 필자는 단순히 현 정부 때문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들의 차이점을 둘러싼 의문은 자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납득할 이유를 찾고 싶었다. 이대녀 둘을 두고 있는 필자는 이대남을 둔 지인 대상으로 탐문했다.
아들과 대화를 중시하는 필자 지인은 이대남의 보수화는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쌓인 피해의식이라고 한다. 지인의 아들이 중·고교시절부터 현재 28살 신입직원이 되어 마주한 현실을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요지는 중·고등시절부터 지금까지의 20여 년 여권이 신장되는 과정에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들이 올해 입사를 했는데 회사에는 이미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이 경력직으로 있더라는 것이다. 아들이 군대 갔다 오는 사이 여자 동창생은 다른 직장에서 이미 경력을 쌓은 뒤 지인 아들이 입사한 회사에 경력직으로 온 것이다. 둘은 분명 초등학교 동급생인데 서로 다른 시간 활용을 통해 위치가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세상을 휩쓸고 간 미투 열풍, 페미니즘, 메갈 논쟁 등 이대남 입장에서는 뭔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심정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렇게 평등화된 세상에서 왜 남성들만 2년 이상 군대에서 썩어야 하는지, 그 시간에 여성들은 자기 계발하거나 경력을 쌓는데, 신성한 병역이 기회의 불평등을 조성하는 차별의 원흉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대녀를 둘이나 둔 필자는 지인의 항변에 딱히 반박할 대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뭔지 모를 부채 의식도 없지 않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다.
아픈 사람 고통 덜어주는게 정치
성별 갈라치기로 갈등 조장 안돼
그렇다고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에서 보이듯 젠더 갈등을 조장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 행태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 당장 취업도 어려운 판에 결혼 비용, 집 마련, 결혼 후 아이 양육과 교육비용 등등 청년층 아픔에 우리 사회가 무겁게 귀 기울이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치는 해원을 푸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정치라면 이대남의 아픔을 이용해 성별 갈라치기로 갈등을 조장하고 표심 공약으로 득표를 계산하는 식은 온전한 해원이 아니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의 청년들이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자며 내놓은 선택적 모병제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MZ세대 갈라치기 공약은 내지 않겠다는 약속에 위로가 된다.
/김정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장·前 간행물윤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