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개교한 마이스터고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저의 취업률을 기록한 데 이어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신입생 경쟁률 역시 줄어드는 상황이다.
마이스터고는 산업 수요와 연계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특성화고 취업률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0년 처음 설립됐다.
마이스터고는 9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졸업생들이 대졸자와 동등한 처우를 받는 등 고졸 취업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졸업생 취업률, 신입생 경쟁률이 하락하며 위기를 겪고 있다.
취업률 저조·신입생 경쟁률 하락
일학습 병행·병역특례 병행 불가
전공·직무 불일치 등 문제점 지적
지난 21일 수원 하이텍고는 '마이스터고 졸업생 간담회'를 열어 마이스터고의 현 상황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의근 수원하이텍고 교장, 마이스터고 졸업생 등이 참석했다.
이의근 교장은 "지난 2010년 20개였던 마이스터고가 54개까지 늘어났지만 양이 늘어난 데 비해 질적 측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생 수도 감소하고 직업교육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원 하이텍고의 취업률은 2013년 92%에서 2020년 75%로 줄어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마이스터고의 경쟁률 역시 2012년 3.9대1, 2013년 2.8대1에서 2021년 1.53대1, 2022년 1.36대1로 감소한 실정이다. → 표 참조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일학습병행제와 병역특례 병행 불가, 전공과목과 현장실습 간 낮은 직무 연결성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학습병행제란 근로자가 회사와 학교를 오가며 현장훈련과 이론교육을 함께 이수하는 제도인데 일학습병행제를 이용해 대학 진학을 시도하는 졸업생들이 많지만 일부 회사에서 제약을 둬 선취업·후진학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현실이다.
졸업생 차성민씨는 "병역특례 도중 일학습병행제를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기업들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퇴근하고 학업을 병행하기 어렵다"며 "대부분의 학교들이 기업 근처에 존재하지 않으니 일하는 시간을 줄여 가야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라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업 약정 미이행, 전공과목과 현장실습 간 낮은 업무 연결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취업약정에 기재된 연봉·복지제도와 현실이 다르거나, 전공과 현장직무가 불일치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
졸업생 유진영씨는 "설계·기계 관련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뽑히고 가니 전기 쪽 업무였고, 연봉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며 "취업을 알선하는 학교에서 세세한 정보를 알려줘야 하지 않나 싶다. 전공과 다른 직무에 투입될 줄 알았다면 지원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