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희가 아직 세상이 원망스럽나봐. 마음 편히 못 떠나네."
26일 오후 12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뜬 풍선은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고 나무에 걸렸다. 이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이름이 적힌 풍선이었다. 나무에 걸린 풍선을 본 한 동료는 "찬희가 아직 세상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추모 집회에 참여한 찬희씨의 동료 A씨는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다 말고 나뭇가지에 걸렸다"며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이 연구원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직원들이 일종의 3일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직원들은 26일 오후 12시 연구소 본관 앞 공원에서 이찬희 책임 연구원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한 이 날 행사에는 현대차 소속 일반 사무·연구직들이 함께했다. 공원에 모인 동료들은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아 풍선을 날렸다. 동료들이 날린 150개 풍선에는 저마다의 언어로 찬희씨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겼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평온과 축복만 가득하시길" "안전한 연구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트레스 없는 곳에서 편히 쉬셔요" 동료들은 찬희씨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글로 대신했다.
일부 동료들은 '하늘에 마지막 편지를 써'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치켜들고 연구소 내 식당 앞에 섰다. 이들은 찬희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알리고 현대차 소속 직원들이 추모 집회에 뜻을 모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 직원 15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동료들의 메시지가 담긴 풍선 사진을 모아 사진첩을 만들고 유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연구원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산재 신청 결과는 다음 달 초에 나온다.
한편, 지난 21일에는 현대차 측이 임직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박정국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은 연구개발본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가슴 깊이 애도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제3 외부 기관을 통해 연구소 내 비상식적인 업무 관행을 포함한 조직 문화, 실태 전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