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에 사는 정모(29)씨는 최근 동네 약국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10개를 구매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이른바 '키트 쟁이기'에 나선 것이다.
정씨는 "선별진료소에는 검사자가 워낙 많아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오히려 더 불안하다"며 "몸이 안 좋을 때 집에서 한 번씩 검사하려고 비상용으로 여러 개 샀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 것도 사려고 약국에 다시 가보니 그새 다 팔린 상태였다. 예전 마스크 대란처럼 품귀 현상이 생길 거 같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동네약국 등 사재기 현상에 품귀
"평소 하루 1~2개인데 10개 넘어"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만명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약국이나 온라인 등에선 대규모 품절 사태가 일어나는 등 '제2의 마스크 대란'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영순(73)씨는 "평소에는 하루에 많아 봤자 1~2개 팔릴까 말까 했는데, 요 며칠 많이 팔리고 있다. 어제도 10개 넘게 팔았다"며 "추가 발주를 하려고 했는데 물량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지금 남아 있는 게 끝"이라고 했다.
약국에서 만난 손님 김귀남(59)씨는 "설 연휴에 시골 가기 전에 검사해보겠다며 키트를 사려는 지인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번화가 인근에 있는 약국은 단체 주문도 들어오는 실정이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약국에서는 "키트가 들어오는 족족 나가고 있다"며 "회사에서 단체로 검사하려고 한 번에 40개를 구매한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설 귀향전 검사하려는 사람 많아"
온라인몰 판매가 300% 오르기도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자가진단키트 가격이 몇 시간 만에 오르는가 하면, '품절' 표시를 띄우고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27일 오전 9시30분께 쿠팡에서 1만원대에 판매되던 자가진단키트 2회분 단품 가격이 오후 2시께에는 4만3천원대로 300%가량 올랐다.
인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자가진단키트 대란 조짐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천의 한 맘카페에서는 '이틀 전에 온라인 결제했는데, 주문 취소하라는 문자가 왔다', '한 개에 4천원 주고 샀는데 지금 보니 7천원으로 올랐다', '마스크처럼 키트도 쟁여놔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자가진단키트 수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자 청와대는 이날 "마스크와 달리 자가진단키트 생산 물량은 충분하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