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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지난해 3월 수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이 났다. 부상자는 없었지만 집 일부가 새까맣게 탔다. 범인은 다름 아닌 고양이였다. 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다섯마리 중 한 마리가 전기레인지(인덕션) 위로 올라타 전원이 켜졌다. 여기에 또 다른 고양이가 선반을 건드려 부탄가스가 인덕션 불 위로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해 5월 수원의 또 다른 오피스텔에서도 고양이의 소행으로 불이 났다. 고양이가 인덕션을 건드려 전원이 켜졌고 인근에 있던 종이 박스 등으로 옮겨 붙으며 화재가 확산했다. 재산 피해는 1천200만원에 달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고양이로 인한 화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2019~2021년)간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는 총 7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20건에서 2020년 23건, 지난해 35건으로 늘었다.

전체 발생 건 수 중 고양이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74건(94%)에 달했다. 2020년에는 개로 인한 화재가 3건 있었고, 지난해에는 햄스터가 화재를 일으키기도 했다. 화재는 대부분 반려동물이 인덕션을 건드리면서 발생했다. 발화 기기별로 살펴보면 인덕션이 7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멀티탭(2건), 모기향(1건) 등이 뒤따랐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등 장기간 집을 비울 시 반려동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뾰족한 대책이 없는 만큼 평소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행동 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정집에 있는 인덕션은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높이에 있다"면서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고양이 특성상 인덕션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이를 데리고 나갈 수는 없는 상황에선 전자기기 콘센트를 모두 빼는 등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평소 고양이가 인덕션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등 행동교정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