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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18일 오전 KB증권 과천 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LG에너지솔루션, 그래서 팔았냐고요?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초기 성적은 투자자들의 기대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초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경우)'까지 내다봤지만 시초가는 59만7천원으로, 공모가(30만원) 2배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45~50만원선에서 오르내리다, 지난 28일 45만원에 장을 마쳤다. 첫날부터 매도 움직임이 몰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매도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증권사 홈·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은 접속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민 10명 중 1명꼴로 청약했을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던 만큼 주변에서도 어김 없이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 도전했다. 이들은 바로 매도에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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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로비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시초가를 확인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안상환 한국IR협의회 회장, 조상욱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대표이사,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권영수 (주)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이창실 (주)LG에너지솔루션 CFO,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이기헌 상장회사협의회 상근부회장. 2022.1.27 /연합뉴스

2주를 배정받은 60대 김모 씨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첫날인 27일 시초가가 59만7천원을 찍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다 10여분 만에 40만원대로 수직하강하자 낯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가 49만원 정도를 기록하자, 고심 끝에 51만원으로 매도를 예약했다. 상장 첫날 LG에너지솔루션은 50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계속 애태우느니 첫날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 싶었다
첫날 곧장 매도에 나선 김씨는 42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망은 밝지만 코스피 전반이 계속 하락세여서 당분간 공모가의 2배 이상까지 주가가 오를 것 같진 않았다. 계속 애태우느니 첫날 빨리 정리하는 게 낫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씨가 LG에너지솔루션을 매도한 다음 날인 28일 코스피는 14개월 만에 장중 2,600선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전망 등과 맞물려 다음 달 2,600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주식 시장이 불안정하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턴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쳐졌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계획을 연기하기도 했다.
70만원대까지 가지 않으면 팔지 않을 생각
1주를 배정받은 30대 여성 이모 씨는 상장 첫날 매도 움직임이 집중되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가 밝은 회사다. 오래 갖고 있으면 이득이 될 것으로 보고 청약에 도전한 것인데, 15만원 정도 벌려고 다들 그렇게 뛰어든 것인가"라며 "한동안 45~50만원선을 왔다갔다하다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70만원대까지 가지 않으면 팔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아직 주식을 매도하지 않은 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이씨가 LG에너지솔루션에 '낙관'하는 이유는 지난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사례 등을 기억해서다. SKIET는 시초가(21만원)가 공모가(10만5천원)의 2배에 형성됐지만 이후 주가가 하락했고 1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상장 2개월여 뒤 주가가 2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LG에너지솔루션에 호재가 거듭되는 점도 이씨의 낙관론에 힘을 더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조기 편입에 성공했고, 상장 전날인 26일에는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가로 건설키로 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지난 27일 코스피는 3.5% 급락했는데,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을 사들이기 위한 기관들이 다른 대형 종목들을 대거 매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관의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 금액은 3조169억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은 1조6천681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곧 기관들의 다른 종목 매도 규모가 1조3천488억원에 달했다는 뜻이다.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1조4천988억원 규모로 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20조5천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 거래대금이 8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다음 날인 28일에도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매도하고, 기관은 사들이는 모습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