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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경기 '스톤' 모양의 수륙양용 로봇이 성화를 장착하고 빙판 위에서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성화봉의 불꽃은 물 안에서 꺼지지 않았다. 로봇은 물 안에 대기하던 다른 로봇의 성화봉을 점화시켰다. 불을 넘겨받은 로봇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상에서 다음 주자가 넘겨받을 때까지 성화는 활활 타올랐다. 정밀한 로봇 조작기술과 불꽃이 물 안에서 꺼지지 않도록 하는 첨단기술이 지난 2일 시작된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의 백미를 장식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4일 개막돼 17일간 열전에 돌입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분위기는 썰렁하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축하사절을 파견하는 관례를 깼다. 선수촌과 미디어 숙소, 경기장 주변엔 경찰 공안이 배치됐고, 외부인들 이동이 제한됐다. 상황은 여의치 않으나 대회가 진행될수록 지구촌 축제답게 명승부가 연출되고 열기가 뜨거워질 것으로 주최 측은 기대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획득, 종합 15위에 오를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5일 동계올림픽 개막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밝힌 한국선수단 예상 성적이다. 2018 평창올림픽 금메달 5개에 비해 3~4개나 적은 야박한 예상치다. 정초부터 엄살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과 여러 (나쁜) 환경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견해가 갈렸다.

대한체육회가 지레 찬물을 끼얹은 건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 대한 걱정에서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이 된 1992 알베르빌 이후 매 대회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고, 역대 24개 금메달을 수확했다. 평창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나 최근 상황은 비관적이다. 평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6)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표팀 선발전 1위 심석희(25)는 국가대표 2개월 자격정지로 출전하지 못한다. 대표팀은 쇼트트랙 남자 500m 황대헌과, 여자 1천500m 최민정 선수에 기대를 건다. 쇼트트랙은 운이 작용하는 변수가 많은 데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아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

올림픽에선 이변이 속출하는 반전 드라마가 연출된다. 우리 대표팀도 예외가 아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스노보드 알파인은 깜짝 금메달일 수 있다. 미국 매체들도 '대한민국은 금메달 4개'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참가에 의미가 있다지만, 호성적을 싫어할 국민은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