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력이 커진 21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왜곡 계획을 착착 실행한다. 2002년부터 5년간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킨 동북공정이 대표적이다. 위구르족 역사를 조작한 서북공정, 티베트 역사를 날조한 서남공정, 흉노·돌궐·몽골제국 등 유목제국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막북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소수민족의 분리가 걱정인 중국 입장에서는 역사왜곡이 정략적으로 유용할지 모르나, 당하는 쪽에선 민족적·역사적 치욕이다. 하물며 엄연한 독립국가의 역사를 훼손한다면 전쟁에 준하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은 동북공정 이후 집요하게 대한민국 문화를 노략질해왔다. 김치의 원조를 자처하고 아리랑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 했다. 그래도 역사적 기록과 사실이 알량한 왜곡의 논리를 압도하기에 인내해 온 한국 정부와 국민이다.
중국이 기어코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한국의 반중 정서를 폭발시켰다. 중국 국기를 받쳐 든 소수민족 대표 56명에 한복을 입은 여인이 포함된 개막 공연을 전세계에 송출한 것이다. 올림픽 보이콧까지 주장하며 중국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특히 북한보다 중국에 더 거부감을 보이는 20, 30대의 반발이 거세다.
MZ세대 지지에 목마른 대선주자들도 반중 정서에 편승했다.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배치 공약을 격렬하게 비난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대국으로서 과연 이래야 되느냐"고 중국을 직격했다. 윤 후보는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문화공정의 모태인 동북공정 자체를 부정했다. 반중 정서가 대선 캠페인의 변수가 됐다. 유독 정부만 조용하다. 한복 차림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황희 문체부 장관은 외교적 항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한복(韓服)을 자국 문화로 왜곡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한푸(漢服)'라는 왜곡용 신조어를 만들었을 정도다. 중국인 대부분이 정부가 왜곡한 역사와 문화를 사실로 알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중국인들이 대한민국을 대만이나 홍콩으로 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왜곡된 역사에 세뇌당한 중국인 13억명을 상상하면 우려에 그칠 일이 아니다. 미래 안보 차원에서 단호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때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