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타임캡슐 개봉을 두고 학교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든 뒤 공식 개봉행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졸업생들은 비대면으로라도 정해진 날짜에 타임캡슐을 개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여파로 추억마저 꺼내보지 못하게 된 셈이다.
지난 4일 찾은 동수원초등학교 화단에는 졸업생들이 묻은 타임캡슐들이 가득했다. 개봉일은 2020년 2월 18일, 2021년 2월 18일로 이미 지났으나 코로나로 타임캡슐은 주인을 찾아가지 못했다.
오는 13일은 2002년 졸업생들이 타임캡슐을 찾아갈 차례다. 그러나 학교 측은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 개봉 행사를 열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 편지 등 비대면 회수요청에
500명중 100명 "대표성 없다" 거절
동수원초등학교 2002년 졸업생 이용이씨는 "졸업생들도 후배들에게 피해 주기 싫어, 개봉 후 교문 앞으로 인계해주거나 부스를 만드는 등 비대면으로 할 방법을 고려해달라고 했지만 학교는 다 안된다고만 한다"며 "타임캡슐 안에는 20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부모님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 두 가지가 들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아픈 친구들은 이 편지가 정말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한 100여명의 졸업생들은 학교에 오는 13일 타임캡슐을 받아가겠다고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이들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500여명의 졸업생 중 연락되는 100여명을 모아 그 날 타임캡슐을 받아가겠다고 하니 대표성이 없어 안된다고 했다. 학교 측은 개봉 행사를 주최해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려고 비대면·소규모는 학교 취지랑 맞지 않는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타임캡슐이 학교의 기록물인 만큼, 방역 상황이 나아진 후 공식 개봉 행사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동수원초등학교 최재운 교감은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학교에서 방역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점이라 개봉이 어렵다"며 "개별적으로 요구하는 졸업생들이 대표성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그런 분들에게 학교의 소중한 기록물을 특별한 절차 없이 전달하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