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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
성장이 멈춘다는 뜻은 사람으로 치면 암 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암의 상태에 따라 곧 나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성장이 멈추는 원인은 대단히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제품과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두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업 시작 때부터 아예 매출이 없는 경우와 매출이 잘되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성장이 멈추는 경우이다.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매출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물건을 애초에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창업자가 좋아하는 것을 용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아이디어 또는 제품을 검토하는 수밖에 없다(pivoting).

어느 정도 잘되는가 싶었는데 성장이 멈추었다면 그 원인을 잘 분석하고 해결책을 즉시 강구해야 한다. 우선 문제점이 핵심영역인지 보조영역인지 확인하는 일이다. 핵심 영역이란 전략·정책·사업·고객·제품·조직·지역·환경 등 경영 전반이 검토 대상이다. 기업 내적 문제는 찾아내기도 쉽고 해결책도 쉬울 수 있지만, 외적 요인은 머리 아픈 일이다. 고객의 변화나 사회적 트렌드의 변화 또는 기술혁신과 경영기법의 변화는 물론 경쟁환경과 같은 외부 환경이나 정부 정책이나 법적인 변화 등도 치밀하게 짚어볼 일이다. 


업종·제품은 적절한 시기에
역할 강화하거나 축소 하고
마지막엔 제거후 새로운 창조 시도


제품에 대한 고객의 태도 변화(라이프사이클)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고객이 다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예약 주문하고 줄을 서가며 구매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광고를 하고 혜택을 주고, 남들이 다 사도 구매를 하지 않는 고객도 있다. 이렇듯 고객은 단계별로 아주 다른 특성과 요구사항도 다르다. 새로운 단계의 고객에게 이전 고객 수준에 머물러있는 마케팅전략을 고수한다면 당연히 매출이 정지될 수밖에 없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목표를 혼동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마케팅의 목표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고(철저하게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서 달성하는 일) 세일즈는 많이 팔아 회사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마케팅은 아웃 바운드고 세일즈는 인 바운드다. 물론 이들의 공통 목표는 모두 고객과 회사의 공존이다.

두 가지 이론을 더 참조하면 좋을듯하다. 맥킨지의 성장 3단계 이론(3 horizon)과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에 나오는 ERRC전략이다.

어떤 사업분야나 제품이든 반드시 황혼의 지평선(horizon)을 언젠가는 당면하게 되어있다. 잘나가던 핵심제품이 지평선에 도달하면 재빨리(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다시 떠오르는 제품을 출시하여야 한다(Emerging). 제품만이 아니라 사업영역도 포함된다. 만일 이것도 지평선에 도달하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과 제품을 도입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다(New).

ERRC는 제거(eliminate), 강화(raise), 축소(reduce), 창조(create)를 의미한다. 업종이나 제품은 적절한 시기에 그 역할을 강화하기도 하고 기력이 약해지면 축소도 하고 마지막에는 제거하고 새로운 창조를 통한 확장을 시도하기 마련이다. 만일 빨리 축소하고 포기하지 않고 질질 끌면서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는 시기를 놓치게 되면 당연히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만일 빨리 포기않고 질질 끌면
새 전략 실행 시기 놓쳐 멈추게 돼


추가로 마케팅 깔때기와 성장 깔때기(growth funnel) 또는 매트릭스 깔때기도 반드시 생각해보고 다양한 데이터 분석 지수들도 비교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책을 세우면 좋다.

인접 고객마케팅(adjacent marketing)도 유용한 분석 도구이다. 매출 실적이 좋으면 회사가 잘 나간다고 착각하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매출은 증가하는데 수익이 떨어진다면 이는 미래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다. 특정 고객 집단을 집중적으로 코호트 분석해보면 기존고객은 이탈하고 신규고객이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는 광고비로 매출을 버티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제프리 무어가 말하는 캐즘(매출함정)이 한 번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번 반복된다. 웅덩이에 빠진 차는 견인차가 와서 끌어내듯 캐즘도 강력한 견인력(traction)으로 끌어내야 성장 멈춤을 해결할 수 있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에버스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