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차이는 단호하며 결정적이다. 우리 사회는 그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번 대선은 그 방향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거대한 문명의 전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토대 짓는 지식생산 체계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철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언론과 정치, 법과 교육제도가 합리적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은 배타적 특권 체계를 지속하려는 퇴행적 세력에 맞서 미래를 지향하는 세력의 싸움이며,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의 현실적 변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개혁 지속돼야
가야 할 새로운 시대와 기득권 독점
무너뜨리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 5년 전 촛불 시위에서 드러났던 시민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도 이번 대선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 선거는 시대를 거슬러 과거로 회귀할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동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모호하지만 분명 시민 정신과 시대정신이 구체화되어야 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다. 우리가 미래를 지향한다면 5년 전 있었던 시민 정신이 승리할 것이지만, 시대를 거슬러 과거로 퇴행한다면 그것 역시 우리의 결정이다. 시대정신은 미리 주어지거나 밖에서 다가오는 시혜물이 아니다. 이 시대정신은 시민의 마음 하나하나에 담겨있어 어느 순간 명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18세기 변화하는 유럽사회를 통찰한 헤겔은 이성에서 시대정신의 모습을 파악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대정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정권교체를 말하는 이들은 이 정신을 다만 그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서 기회를 저버린 정권을 심판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지금의 대선 정국은 오히려 이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법을 다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용하는 법조 체제에 대한 개혁이 얼마나 절실한가. 검찰 개혁은 철저히 실패했지만, 그만큼 이 개혁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는 데 이 실패의 역설이 자리한다. 법조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언론을 그 뿌리에서부터 바꾸어 놓는 일이다. 지금 주류 언론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전망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치·사회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외면하고, 다만 자신만의 특권을 옹호하는데 혈안이다. 언론도 아닌 이 맹목적인 주류 언론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주류 언론의 거짓에 휘둘리지 않고
더 나은 세계 위해선 퇴행 거부해야
이 모두를 자각하고 행동하는 시민을 키워내는 교육은 이 모든 개혁의 기반이 된다. 1980년대 이후 40여 년간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만의 리그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 위에 군림하는 기득권 연맹은 제3 지대의 가능성을 부정하는데 철저하게 협력적이다. 정치와 사회는 이념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나눠지며, 특권을 위한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해 움직인다. 거짓 공정성과 능력주의란 환상이, 불평등이 흘러넘칠 수밖에 없다.
가야할 새로운 시대를 위해, 또한 기득권 연맹의 독점을 무너뜨리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이 연맹의 맨 앞자리에 선 주류 언론의 거짓에 휘둘리지 않는 밝은 정신이 필요하다. 더 나은 세계를 원한다면 퇴행을 거부해야 한다. 3월, 그 마음이 남김없이 드러나길 바란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