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19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기자의 세대는 1개 반에 60명의 학생들이 생활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90년대는 고도화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일자리를 찾아 경기도로 이주하는 인구가 많았습니다. 저희 부모 역시 바로 그런 경우에 속했죠. 특히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20대에서 40대 사이 인구가 경기도로 이주하다 보니 이들이 낳은 제 또래 아이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넘쳐나는 학생 탓에 1개 반을 둘로 나눠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운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후 1시 즈음 천천히 등교하다 보면 이미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친구들과 마주치곤 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모두 1개 학년에 18개 학급이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선 가장 학급이 많은 축에 속했는데, 다른 학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죠.

운동회를 하거나 전교생 야외 조회라도 하면 운동장 바깥까지 학생이 넘쳐나던 그 시절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과거의 이야기가 돼 버렸습니다. 코로나19, 기후위기, 강대국의 다툼과 같이 당면한 문제들이 있지만 그중 '인구 감소'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입니다.

연금 납부자 급감 '대선 화두로'
가평 지난해 노인인구비율 26%
연천 5년새 인구 2천명이상 줄어


당장 이번 대선 화두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은 인구 감소로 더 이상 연금을 납부할 사람이 없어 어떻게든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도출됐습니다.

전국적인 인구 감소 추세에서 수도권은 예외인 것처럼 보입니다. 일자리와 좋은 정주여건을 찾는 젊은 세대의 인구 유입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최근엔 탈 서울 인구까지 더해지며 경기도만은 '인구 감소'의 예외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광역지자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대도시에선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외곽 지역의 군 단위 지자체는 인구 감소 위기가 지방 농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가평·연천군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인구 증감률과 고령화 비율 등 8개 지표로 만든 '인구감소지수'를 활용해 대상 지자체를 선별하는데 가평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26.16%로, 10년 만에 7%P가량 치솟았습니다.

연천군 인구는 2016년 4만5천907명에서 지난해 4만3천516명으로 5년 새 2천명 이상 줄었습니다. '인구감소지역'은 소멸 위험이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을 겪는 지역에 행·재정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지정되는데 앞으로 10년간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인구감소지역에 집중 투자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지방소멸지역'에 정부가 매년 1조원의 기금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금 운용 가이드라인이 없어 지자체들의 사업 추진도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수립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자체가 사업계획을 만들면 기금평가단이 사업성을 평가한 후 예산을 지원하는데, 예산 지원까지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서둘러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10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
정부 매년 1조원 지원 약속했지만
가이드라인 없어 지자체들 '불만'


매년 1조원씩 행·재정적 지원을 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계획'이 발표된 지 4개월여가 지났음에도 행정안전부는 지역별 기금 배분, 사업성 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해서 입니다. 사업의 출발점이 되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다보니 각 지자체의 불만도 큽니다.

연천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료원 내 의사 인력 충원,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 보강이 필요한 인구 유입책을 계획하고 있다.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분야나 시설, 인건비 등 항목에 대해서도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내려주지 않아 계획안도 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는 기금 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올해 하반기에는 사업들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고 답했죠.

인구가 증가하는 경기도에서 반대로 인구가 감소하는 이들 소수 지역은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는 지자체입니다. 경기도라는 전체를 보고 정책과 재정을 집행할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별로 서로 다른 상황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세밀한 정책을 수행해야 할 시점입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