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연탄이 꼭 필요한 시절이 있었다. 연탄광에 가득 채워 놓은 연탄을 보고만 있어도 온기를 느낀 추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탄은 배고픔도 달래줬는데, 달고나와 수많은 '불량식품'은 학교 앞 문방구 앞의 연탄불 위에서 근사한 먹을거리로 변신했다. 그 시절 연탄은 살아가는 데 없어선 안될 훌륭한 난방재료이면서 조리기구였다.
연탄을 주제로 다룬 인천 출신 최주석 작가의 개인전 '연탄꽃'이 인천 십정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밀레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밀레가 마련한 26번째 초대전이다.
최 작가의 작품에서 만나는 연탄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가 캔버스에 담아내는 연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검정 색깔의 연탄이 아니다. 꽃처럼 알록달록 화사한 색이다. 꽃도 피어난다. 연탄의 몸통과 숨구멍에 박힌 자개는 빛을 만나 반짝거린다. 차가운 금속 부지깽이도 연탄과 만나 화사한 모습으로 바뀐다.
최 작가는 인천 청천동과 산곡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주 가시던 대폿집에도, 어머니의 주방에서도 연탄은 항상 목격됐다. 최 작가의 작품에서는 자개라는 재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 작가는 "누구나 기억되는 순간의 인상이 있듯이 기억 속 빛나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자개로 그린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회에선 최근의 '연탄꽃', '연탄을 품은 호랑이' 연작뿐 아니라 '빛과 갯벌(Light and mudflat)' 연작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최주석 작가는 "연탄은 근·현대사를 거치며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있다"면서 "자신을 불태우고 희생하며 큰 역할을 해준 연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꽃에 담아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