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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2020년 3월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쟁사인 다음이 댓글을 없앤 지 6개월 만이다. 네티즌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방법은 '좋아요' '화나요' '훈훈해요' 등 감정 이모티콘을 추천하는 것으로 제한됐다. 다양한 의견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댓글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

네이버와 다음이 댓글을 막아선 데는 연예인들의 극단 선택이 결정타였다. 2019년 말 가수 설리와 배우 구하라가 잇따라 세상을 등졌다. 악플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젊은 연예인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거셌다. 다른 많은 연예인도 악플로 고통받는다는 주장과 함께 '악플러 살인'이란 극단적 비판이 제기됐다. 격앙된 사회 분위기가 양대 포털의 댓글 금지로 이어진 것이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활동해온 20대 여성 BJ가 지난달 갑자기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페미니스트란 비판과 무분별한 악플로 인해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어머니가 악플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소환되면서 신변을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다. 2주 만에 접속이 재개됐지만, 그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게시판에 가해자 처벌을 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며칠 사이 여성 BJ에 이어 20대 남자프로배구 선수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일 자택에서 숨진 명문구단 소속 선수는 신변을 비관하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지인들은 고인이 외모와 벤치에 자주 앉는 경기력을 비웃는 SNS 악성 댓글에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연예인에 대한 비판이 포털뉴스에서 동영상 콘텐츠로 옮겨붙고 있다. 출연 연예인에 대한 비난은 의도가 불순하고 악의적이다. 유튜브와 네이버 TV 동영상 콘텐츠에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온다. 이미 TV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영상이나, 당하는 연예인들에 심적 고통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소셜네트워크가 악플러들 만행으로 위협받는다. 포털 댓글이 막히자 동영상 서비스로 활동무대를 바꿨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를 먹잇감 삼아 집요하게 괴롭힌다. 디지털 사회의 그늘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첨단기술을 장착한 정보통신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타인과 벽을 쌓는 개인은 더 늘고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