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국 선수단, 쇼트트랙 판정 국제스포...<YONHAP NO-2277>
8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베이징 동계올림픽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홍근 선수단장이 쇼트트랙 판정 문제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2.2.8 /연합뉴스

동계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편파판정으로 탈락하면서 국내 반중(反中)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공정'에 민감한 MZ세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어 청년 여론에 민감한 대선 정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중국제품 불매운동까지? 깊어지는 반중정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는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천m 준결승 경기에서 각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심판은 황대헌이 선두 자리를 뺏는 과정에서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반칙 판정을 내렸다.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중국의 한복공정(한복+동북공정)을 향한 불쾌한 시선이 계속되는 와중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가 편파 판정으로 탈락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MZ세대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진 셈이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선 MZ세대들의 반중정서가 들끓고 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는 쇼트트랙 경기를 편집한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조회수 255만회를 넘긴 한 영상의 댓글에는 "선수들이 흘린 땀을 눈물로 만들어버린 여기는 중국 베이징이다", "대놓고 편파판정을 하면 중국 체육대회지 이게 무슨 올림픽이냐", "다시는 올림픽을 중국에서 개최하지 못하도록 국제법을 만들어야 한다" 등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댓글에는 올림픽을 위해 4년간 노력해 온 선수들의 노고가 폄훼됐다는 목소리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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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2022.2.7 /베이징=연합뉴스

심판, 황대헌·이준서에 반칙판정
온라인 댓글에 격앙된 반응 봇물
국내 거주 소수집단 혐오 우려도


단순한 분노를 넘어 중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부터 중국 제품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가장 먼저 사용 중인 샤오미 스마트폰부터 교체할 예정"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 간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는 "기업의 이미지는 해당 국가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 게 당연, 동참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올림픽 심판이 잘못한 걸 왜 중국 제품과 연관지어 탓하느냐", "중국에 대한 악감정을 제품과 기업, 사람 전체에 연결시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반대의견도 충돌했다.

이렇게 반중정서가 강해지면서 전문가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깊어지면 조선족 등 국내에 거주하는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서) 홍콩 시위 탄압, 코로나19 등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꾸준히 누적되다가 이번 올림픽에서 벌어진 논란들이 반중 정서를 크게 촉발시킨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혐오가 지속되고 깊어질수록 그 대상은 국내에 있는 조선족 등 소수 집단에 향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올림픽] 논란의  '7일' , 쇼트트랙 경기의 심판진<YONHAP NO-1828>
지난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팀 남자 선수들은 1천m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심판진의 공정하지 못한 실격처리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들의 심판을 본 피터 워스(오른쪽) 주심이 황대헌의 경기 후 비디오 레프리와 판정을 두고 대화하는 모습. 2022.2.7 /연합뉴스

■대선 후보까지 나선 판정 논란


=여야 대선후보는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발생한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한국 선수들이 잇따라 실격 처리되며 국민적 분노가 커진 점에 공감대를 맞추며 중국 측의 사과도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베이징올림픽이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편파 판정에 대해 중국 체육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고 꼬집었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도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실력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단 여러분이 진정한 승자"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면서 "선수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특히 "이번 올림픽 상황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면서, 반중 정서 확산에 대해선 "한중관계가 각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상호존중에 입각해 상대의 국익을 존중하며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여야 대선후보들 한목소리로 비판
이재명 "우리선수 진정한 승리자"
윤석열 "선수들 좌절 깊이 공감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중국의 더티(dirty) 판정으로 무너져 내렸다"며 "중국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스스로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진정한 승자가 누군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며 한국선수단을 응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편파판정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계획이다. → 관련기사 16면([베이징 2022] 남자 쇼트트랙 '1500m 명예 회복' 오늘 빙판에 선다)

/권순정·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