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운영하는 미추홀콜센터에서 5년째 근무 중인 50대 A씨는 최근 늘어난 민원 수요로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급증한 업무량보다 더 견디기 힘든 점은 고객의 폭언과 갑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인격 모독과 욕설로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동료가 한두 명이 아니다"며 "휴식권이 확보되거나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등 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 지역 공공기관에 소속된 감정노동자 10명 중 8~9명이 감정노동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추홀콜센터 근무 50대 A씨
"병원 치료 동료 한두명 아냐"
인천연구원은 8일 '인천시 공공부문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지역 감정노동자 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보호 체계 마련 등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공공부문 감정노동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 차원의 권익 보호 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응답자(227명) 직종은 청원경찰(37%)이 가장 많고, 콜센터 직원(32.6%), 안내데스크 직원(30.4%) 순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감정노동자 87.2%가 감정노동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작업장 내 폭력을 묻는 항목에서는 '고객으로부터 정신적인 폭력'(69.6%)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39.6%는 우울감을 겪는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39.6%가 우울감 겪는 위험군
응답자들 "휴가 등 제공 우선"
응답자들은 휴식 시간과 휴가 등을 제공해 감정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노동자 보호 체계가 미흡할수록 직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연구원은 지역 공공기관에서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지침 등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년에 개소 예정인 노동권익센터에 감정노동팀을 만들어 감정노동자를 담당하는 사업을 맡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과 대전은 각각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와 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지원팀을 운영하면서 감정노동자를 보호·관리하고 있다.
내년 개소 예정 '노동권익센터'
'담당 사업' 전담팀 구성 제시
정혜은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부연구위원은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공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감정노동자 실태를 조사하고, 필요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