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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지난해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의견일치로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킴으로써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1964년 UNTAD 설립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된 사상 최초의 사례이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 3만4천866원으로 싱가포르(6만4천103원), 일본(4만2천928원)에 이어 아시아 3위, 세계경제순위 10위, 수출액 규모 세계 7위로 전 세계 선진국 32개국에 포함되었다. 우리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다.

선진국이란 균형 잡힌 경제성장은 물론 안정된 정치체제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를 말한다. 중국이나 브라질, 카타르 등의 나라들을 선진국이라 하지 않듯이 선진국으로의 책임과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탄소중립, 투명한 정치체계, 인권보호, 신사적 국제관계 등의 실천이 요구된다. 눈부신 경제발전이 무색하게 우리나라는 OECD 산재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도 함께 안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귀중한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사고, 경기도 이천물류센터 대형화재로 인한 38명의 사망사고 등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건설현장·공장 노동자 산재 '과반'
추락·끼임·부딪힘·깔림·화재 順


이러한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안전 및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1월27일 발효되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하는 인명피해(1명 이상 사망)에 대하여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과 손해액의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지는 강력한 법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채석장 토사 붕괴·매몰 사고로 안타깝게 3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하였다. 이번 사고가 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는 사고 발생 전 이미 토사붕괴 우려와 안전관련 교육 미흡 등으로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대상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이틀 전에는 양주 매몰사고에 이어 요진건설의 성남 판교 연구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승강기설치 작업 중 추락사고로 안타깝게도 작업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하였다. 연초에는 현대산업개발의 광주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공사 중 건물의 외벽이 붕괴되는 충격적 사고로 근로자 6명이 매몰되어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공휴일은 물론 비나 폭설 등 궂은 날씨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서둘러온 결과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보름 앞두고 일어난 사고라서 간신히 중대재해법은 피할 수 있었지만 기업의 나쁜 평판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전없이 작업 불가' 인식 되도록
기업·근로자·정치권 모두 노력해
산업재해 없는 안전국가 보여줘야


통계에 의하면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건설현장과 공장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의 과반을 차지한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의하면 산재 사고사망자는 882명으로 지난해 보다 27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유형으로는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뒤집힘, 화재의 순으로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이며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중대재해법 제9조에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 안전관리체계 구축, 재발방지 대책 수립, 관계기관의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조치, 법령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이 명시되어 있다. 향후 5년의 국가경영을 책임질 대선후보들부터 산재사고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근로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안전투자 확대를 최우선의 정책목표로 삼고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안전관리 없이는 작업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히도록 기업, 근로자, 정치권 모두가 노력하여 명실상부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선진국의 면모를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