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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폐막 즈음 중국 선수단이 미국 선수단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미·중 정부의 획기적인 외교 이벤트를 감춘 스포츠 교류였다. 당시 중국은 소련과 국경분쟁을, 미국은 소련과 냉전 주도권을 다투고 있었다. 양국은 소련 견제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모색해 왔던 은밀한 외교를 탁구 친선경기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냉전시대 국제질서를 바꾼 핑퐁외교의 전말이다. 탁구 교류는 헨리 키신저-저우언라이 회담에 이어 1972년 역사적인 닉슨-마오쩌둥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탁구로 '죽(竹)의 장막'을 걷고 국제무대에 등장한 중국이 50년 만에 쇼트트랙으로 죽의 장막에 유폐될 처지에 몰렸다. 한복 개막식으로 한국인과 척지더니, 편파판정으로 세계인의 지탄을 받고 있다. 전세계가 목격한 편파 판정은 엽기적이다. 쇼트트랙에선 한 번도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지 않는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 2개를 챙겼다. 한국 선수들은 예선에서 줄줄이 실격됐고, 헝가리 선수는 결승에서 금메달을 도둑 맞았다. 스키점프 강국 독일, 일본 선수들은 복장 규정 위반으로 실격당해 점프대에 서보지도 못했다. 편파 판정은 점잖은 표현이고, 4년간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에겐 명백한 폭력이다.

"반칙이 한국팀의 전통"이라느니 "땅이 좁아서 속도 좁다"느니, 중국 관영언론과 네티즌들의 적반하장도 가관이다.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는 중국과 중국인을 향한 세계 각국의 연대 움직임도 뚜렷하다. BTS(방탄소년단) RM이 편파판정 희생양인 황대헌에게 남긴 '엄지척' 이모티콘을 중국 네티즌들이 '구토' 이모티콘으로 오염시키자, 전세계 아미들이 보라색 하트로 세척해버렸다. 세계인들은 올림픽을 통해 중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중국 패권의 선전장으로 활용하기로 작정했던 모양이다. 소수민족의 중화 복속을 주제로 한 개막식이나, 최고 지도자(시진핑)에게 보답하려 막무가내로 금메달을 가로채는 편파판정의 배경에 중국의 패권주의가 어른거린다. 결과는 의도와 전혀 다르다. 세계인이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중국 패권의 정체를 간파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드러난 '중화(中華) 리스크'. 중국 공산당이 속으로 크게 당황하고 있을지 모른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