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유권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대선 관련 허위정보나 가짜뉴스를 접해본 적 있다'는 응답을 내놨다. 나머지 유권자의 상당수도 허위정보·가짜뉴스를 접했는지 여부에 '잘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허위정보·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전국 1천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20대 대통령선거 관련 미디어 이용과 선거보도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대선 관련 허위정보나 가짜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4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42.3%에 달했고, '접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12.0%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주요 정당의 경선이 종료되고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확정된 지난해 11월 22일~26일 진행한 것으로, 후보자 및 정당 관련 뉴스와 정보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배포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미디어 이용 상황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권자들은 허위정보·가짜뉴스 유포의 책임이 매우 큰 주체로 '유튜버 등 1인 미디어'(55.2%)와 '언론인'(52.2%)을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는 음해세력'이라는 응답도 44.8%에 달해 미디어·언론 뿐 아니라 제3자에 의한 허위정보·가짜뉴스 유포에 대해서도 상당한 문제의식이 확산돼 있음을 시사했다.
선거관련 정보를 자주 접하는 채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뉴스섹션'이 72.0%로서 가장 높게 나타나, 국내 미디어 이용자들의 포털 중심 정보이용 특성이 여전함을 증명했다. 그 다음으로 'TV 채널'(59.2%), '구글 등 검색사이트'( 47.5%), '유튜브'(35.9%),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23.5%) 등이 뒤를 이어 주요 정보 이용이 디지털 매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언론의 선거보도와 관련해 9개 항목을 놓고 유권자들의 평가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언론의 신속성·현장성 등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신뢰성·공정성 등은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에 대한 평가에서는 '그렇다'가 66.5%로 '아니다'(33.5%)를 압도했다. '현장감 있게 보도한다'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3.3%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반면 '선거 관련 논란이 되는 사안을 공정하게 보도한다'에 대해서는 '아니다'가 74.2%에 달했다. '선거 후보자와 관련하여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한다' 항목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7.3%는 '아니다'라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선거보도는 '내가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항목에 대해서도 '그렇다'(47.7%) 보다 '아니다'(52.3%)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선거를 앞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선거토론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70% 가량이 1회 이상 시청했다고 응답해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경선과정에서 선거토론을 '1~2회 시청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1.0%를 차지했고, '3~5회 시청했다'가 12.7%, '6회 이상 시청했다'도 5.9%를 차지했다.
선거토론을 1회 이상 시청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선거토론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선거토론을 보면서 후보별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82.6%를 차지했고,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도 78.2%가 선택했다. '내가 투표에 참여할 것인지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응답도 72.5%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측은 이와 관련해 "다만, 해당 결과는 경선 토론과 관련된 것으로서 본선 토론에 일반화시키기는 다소 어렵다"라며 "일반적으로 정당별로 실시하는 경선 토론이 여야 후보가 참여하는 본선 토론보다 영향력이 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거 여론조사에 응답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선거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본 적 없다'는 응답자가 절반 가량인 48.8%에 달했고, '선거여론조사임을 알고 전화를 바로 끊었다'는 응답자도 32.2%를 차지해 유권자들이 선거 여론조사에 아직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전화를 받고 여론조사에 응답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9.0%에 그쳤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실린 '미디어 이슈' 8권 1호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www.kpf.or.kr) 미디어정보→정기간행물→미디어이슈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조사방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선거보도 관련하여 유권자의 의견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조사 전문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대행했으며, 응답자는 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패널에서 성, 연령,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할당해 1천명을 모집했다. 성별은 남성 51.0%, 여성 49.0%, 연령대는 20대 18.2%, 30대 17.8%, 40대 21.7%, 50대 22.9%, 60대 이상 18.7%였다. 학력은 고졸 이하 22.1%, 대학 재학 및 졸업 67.7%, 대학원 이상 10.2%로서 학력수준이 전체 인구보다 높은 편이었다. 조사는 2021년 11월 22일부터 11월 26일까지 진행됐다. 응답률 관련하여 조사 참여 이메일 발송은 2만4천902건, 조사 접속자는 4천159명, 그리고 최종 분석 투입 응답자는 1천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