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우-작가-전문가칼럼.jpg
장제우 작가
현 시점 대한민국의 주인공은 '이대남'이다. 이들의 견인으로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계산 속에 정치권과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대남'은 정치적으로 철저히 버림받은 존재이자 온갖 '남성 차별'을 견뎌야 하는 사회약자에 스스로를 빗대왔다. 이 개탄스런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정치세력의 등장에 그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아보는 것은 정치의 제1 덕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성장에 힘을 쏟는 것도, 복지정책에 매진하는 것도, 법질서를 공명정대하게 세우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구석구석 온풍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가장 힘들고 없는 이들의 생활 여건을 끌어올림으로써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가 당신을 빼놓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세대와 성별을 대립시키는 세태에 편승하여 우리 정치가 본령에 충실한지 짚어보자. 


목소리 큰 집단에 정치 휩쓸리지만
취약계층 핵심 정책 대상 삼아야


현 시대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세대와 성별은 어디일까? 이대남? '삑'. 오답이다. 이대녀? '삑'. 역시 아니다. 2021년 기준 60세 이상 남녀(66%, 82%)와 50대 여성(45%)의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다음으로는 20대 여성(43%)과 40대 여성(41%)에서 비정규직이 범람하고 20대 남성(37%)도 만만찮게 많다. 여성 중에서는 30대만이 29%로 20대 남성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적고, 50대·40대·30대 남성은 차례대로 28%, 20%, 19%를 기록하며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세대+성별'이다. '이대남'에서 높게 나오던 비정규직 비율이 '삼대남'으로 가면 절반으로 줄어들며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낮은 모습이다.

참고로 20~50대 남녀 중에서 20대 남성의 고용률(57%)이 가장 낮지만 30대 남성(89%)은 40대 남성(91%)에 이어 두 번째로 고용률이 높다. 여성의 경우 20대의 고용률이 59%로 동세대 남성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데, 30대에 들어서도 62%에 그치며 세 번째로 낮다. 취업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20대 남성이 30대에 들어서면 확연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여성의 상승세는 매우 저조하다.

비정규직은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지위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저임금 일자리의 비율을 가늠할 수 있는 중위임금을 각 세대와 성별로 나눠 보면 정치의 본령이 향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2019년 기준 중위임금이 가장 낮은 3곳의 취약지대는 60세 이상의 여·남과 50대 여성이다. 각각 104만원, 184만원, 190만원에 그친다. 이 다음으로는 20대 여성이 203만원이고 40대 여성이 211만원이다. 20대 남성의 중위임금은 222만원으로 60대 이상의 남녀는 물론이고 20대·40대·50대 여성보다 높다. 여성 중 유일하게 '이대남'보다 중위임금이 높은 30대 여성은 252만원을 기록한다. 50대·30대·40대 남성은 차례대로 322만원, 329만원, 382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려운 기성세대 삶 개선은
곧 청년세대 미래 개선하는 것
남은 대선 토론 주제 되길 바라


장애인, 빈곤노인과 아동을 제외하면 장노년기의 저소득층 여성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지대다. 특히 23.4%에 달하는 여성 가구주의 중위가구소득은 2020년 기준 월 202만원으로, 남성 가구주 481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근로소득에 한정하면 여성 가구주의 월급여 중위값은 158만원에 불과하다. 평균연령이 60.5세인 여성 가구주는 나이 든 여성을 헐값에 부리는 구시대 노동시장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목소리가 큰 집단에 정치가 휩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작은 목소리의 취약계층에 귀를 기울이며 핵심 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성별을 떠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기성세대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곧 청년세대의 미래를 개선하는 일이기도 하다. 11일 열린 기자협회 주최 대선토론에서는 청년정책이 주제로 선정되었다. 청년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굳이 '고통 올림픽'의 승자를 가린다면 저소득층 장노년 여성이 금메달리스트다. 씁쓸한 승자에게 비록 메달 수여는 못하지만 그들이 남은 대선토론의 주제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다.

/장제우 작가